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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도 아니라는데"..금융위, 최고금리 인하 소급에 '미온'

노희준 기자I 2017.10.22 12:16:14

2015년 2차례 법무법인 '위헌 아니다'
내년 1월 24% 인하 소급적용 불가
2018년 12월말 최고금리 인하 조항 일몰...입법 要

<자료=금감원, 민병두 의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당국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 효과를 소급 적용(부진정소급)하더라도 위헌이 아니라는 법률 자문을 2차례나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최고금리를 낮추면서 기존 계약에 대해서도 개정법 시행 후에는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더라도 위헌이 아니라는 얘기다. 내년 말로 대부업법상 현 최고금리 인하 조항이 일몰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소급적용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2차례 “소급 적용 위헌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부업법 개정안’의 위헌여부 법률자문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015년 11월에 법무법인 등 2곳으로부터 최고금리 인하를 소급하더라도 “위헌으로 보기 어렵다”는 자문을 받았다. 이는 신규 대출뿐만 아니라 법 개정 이전에 체결된 계약에도 개정 이후부터는 낮은 금리를 적용해도 괜찮다는 의미다.

법무법인은 최고금리 인하 소급 적용이 기존 계약자의 법 개정 이후 앞으로 내야 하는 이자에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는 ‘부진정소급입법’인 데다 입법으로 달성하려는 서민층의 이자 부담 완화라는 공익이 대부업자의 신뢰보호보다 크다며 위헌이 아니라고 봤다. 기존 계약에 적용해도 대부업체가 높은 금리로 받았던 과거 이자를 토해내라는 의미의 ‘진정소급입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과거 2008년과 2010년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최고금리(한도)를 70%에서 60%, 60%에서 50%으로 인하할 때 소급적용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내년 1월 최고금리를 24% 인하할 때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주식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법률 자문 결과는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 기존 계약자에게 적용하는 게 위헌이 아니라는 것이지 법에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시행령만으로 소급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자문 결과는 법 개정을 통한 최고금리 인하 소급적용에 한정된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내년 1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최고금리를 현 27.9%에서 24%로 낮추려 하고 있다.

◇ 내년말 최고금리 조항 일몰

문제는 어차피 2018년 12월 31일이면 대부법업상 최고금리 인하 조항이 일몰된다는 점이다. 정부입법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국회 통과와 내년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1월 시행령 개정 이후 몇 달만에 정부입법에 착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위헌이 아니다’는 법률자문을 2곳에서나 받아든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할 만한 상황은 된다는 지적이다.

최고금리 소급적용 논의가 필요한 것은 소급 적용되지 않았을 때 금리인하의 실질 효과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가 보유한 연 24% 이상 대출 채무자는 308만2376명에 이른다. 이들은 갈아타기 등을 하지 않을 경우 이자 부담 경감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당국 감독에도 대부업체는 계약기간을 3~5년으로 늘리며 최고금리 인하에 대응하는 실정이다. 2015년에 체결된 대부 신규계약 중 3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58만3000건으로 전체의 74%에 달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고금리 인하의 소급적용이 가능한지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할 때가 됐다”며 “법무법인뿐만 아니라 법제처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받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를 소급적용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될 수 있느냐를 살피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법률 자문과 면밀한 정책적 효과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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