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자신의 두살짜리 막내딸을 살해한 30대 주부가 딸을 살해한 원인이 ‘산후우울증’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그녀는 5년 전 첫째 아들을 낳고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며, 남편을 닮은 딸을 보고 싶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산후우울증’은 최근 드라마의 소재로까지 활용되어 그 심각성이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 대두되고 있으며, 출산 후 ‘산후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여성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지만, 실제로 산모의 우울증 관리에는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출산한 여성들의 약 10~20%가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연구논문(이완정 인하대 교수 논문)에 따르면 출산한 여성들의 10명 중 6명은 출산 이후 5년 내에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출산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산후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은 241명으로, 2013년 출생아 수를 기준으로 추산한 산모 약 43만 6천 6백명 중 최소 10%(약 43,660명)가 산후우울증이라고 가정할 때, 불과 약 0.6%만이 진료를 받고 거의 대부분은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산후우울증은 여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아이와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주어 아이의 정서, 행동, 인지 발달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물론, 가족 관계에도 악영향을 주어 부부간의 불화와 갈등을 초래해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방치될 경우 피해망상, 과다행동 등 심각한 정신병으로 이어져 자살 등 극한의 상황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정신적 장애이다.
실제로 미국 미시간의과대학 캐서린 골드 교수의 연구 결과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임산부나 출산여성은 자살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산부 사망의 10%가 자살로서 1위로 조사된바 있다.
이처럼 산모를 포함한 가족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후우울증’은 가족뿐 아니라 산부인과 의사들도 잘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치는 경우가 많으며, 알고 있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하고 지나치거나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을 매우 꺼려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김광준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모성사망 중 산후 출혈이나 고혈압 질환에 의한 부분은 감소하는 추세인데 반해, 자살로 인한 모성사망소식은 늘어나고 있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가족 정서상 산모의 자살에 대해 숨기거나 사인을 다른 것으로 보고했을 가능성도 높아 실질적인 출산 후 자살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출산을 위해 병원을 찾은 임산부에게 산부인과 진료 단계에서부터 태아와 산모의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감정 및 정서, 환경 등 정신건강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