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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의 LG vs 신상필벌의 삼성, 인사스타일도 극과 극

류성 기자I 2012.12.06 11:07:29

LG전자 실적 부진 불구, 포용의 임원 인사 실시
삼성전자 사상 최고 실적에도 엄격한 신상필벌 인사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원만한 포용의 인사 대(對) 철저한 신상필벌의 인사.’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임원인사 스타일이 대조를 이뤘다. 지난달 28일 인사를 먼저 단행한 LG전자(066570)는 올해 사업실적이 신통치 않았지만 사기 진작성 임원인사로 조직내 화합과 단결을 도모했다. 반면 올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005930)는 예년과 같은 엄격한 사장단 인사를 5일 전격 실시하면서 조직내에 긴장감을 바짝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휴대폰·TV 등 주요 핵심 사업이 대부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자리를 굳히며 전성기를 구가하는 동안 LG전자의 ‘존재감’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럼에도 LG전자의 핵심 사업인 HE(TV)·MC(휴대폰)·HA(가전)·AE(에어컨) 등 주요 4개 사업본부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는 전무했다. HA사업본부장인 신문범 부사장이 교체됐지만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중국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겼기에 경질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부사장급 이상 최고위직 승진자는 올해 5명에 달해 지난해(2명)보다 크게 늘었다. 그룹의 부사장 이상 승진자 규모도 올해 11명으로 지난해(5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대폭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중책을 맡기면 오랫동안 믿고 기다리는 구본무(오른쪽) LG그룹 회장과 사상 최고의 사업실적에도 엄격한 신상필벌의 인사원칙을 고수하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용병술은 대조를 이룬다.
LG그룹 관계자는 “한번 믿고 맡긴 장수를 치열한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내년에 혁혁한 전공을 세우기를 기대하고 한번 더 현재의 경영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올해 창립 이후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예년 수준의 소폭 승진 인사를 했다. 다른 기업 같으면 최고 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승진 인사가 이뤄졌을 것이지만 이번 삼성 인사에서는 잔치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올해 삼성전자의 사장 이상 최고 경영진의 승진 규모는 3명으로 지난해(2명)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가운데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와 같은 규모다. 그룹 전체적으로도 사장 이상 승진 내정자는 이 부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8명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실적이 좋다고 마냥 승진잔치를 벌이게 되면 조직 분위기가 그만큼 느슨해질 수 있다”며 “잘 나갈때에도 엄격한 인사를 통해 조직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 삼성인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재계는 회사 경영실적과는 다소 상반되는 두 회사의 임원인사 문화가 그룹의 오너인 이건희 삼성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특유의 용병술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이 회장은 평소 “잘 나갈 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며 상시적으로 조직내 긴장감을 불어 넣는 경영자로 잘 알려져있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회사의 경영실적이 좋더라도 엄격한 신상필벌의 인사를 통해 상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려는 용병술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그동안의 연말 정기인사 관행을 깨고 수시 인사를 시작하면서 조직내 긴장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에 비해 구 회장은 한번 그 사람의 능력을 믿고 중책을 맡기면 오랫동안 기다리는 인사 철학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은 “한번 믿은 사람이 다소 경영상 과오를 저지르더라도 다시 기회를 주면 더욱 분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두터운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회장은 기대했던 경영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지 않더라도 인적 쇄신은 최대한 자제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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