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의 투어텔링] `여행사` 하면서 받는 눈총

김형렬 기자I 2012.06.01 11:00:00
[이데일리 김형렬 칼럼니스트] "월급쟁이 그만 뒀다", "지금 사업하고 있다", "온라인서비스 하고 있다"고 했더니 반응이 영 시원 찮다.

다시 "여행사하고 있다"고 고쳐 말하니 시큰둥했던 사람들이 귀에 솔깃해 한다. `여행사`란 말이 `사업`이나 `온라인`보다 훨씬 실체적이라서 그렇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얘기인 즉슨 이렇다. 대한민국 약국 수보다 많다는 여행사 간판은 여기저기서 눈에 띄지만 도대체 믿을만한 데가 없다는 얘기다.

경제위기다, 불황이다, 중산층 붕괴다 하면서도 한 해에 1300만명이 나라 밖으로 나가고 또 1000만명이 들어오는 나라인 데다, 한번 쯤 여행사와 전화 통화 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어 보이는 요즘에 말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류에서 툭하면 나오는 싸구려 패키지 관광 상품을 보고 있노라면 나조차도 고개가 갸우뚱해질 때가 많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것 같지만, 뱀주에 웅담에 사슴생피 파는 곳으로 인도해서라도 돈을 버는 것이 여행사의 주업처럼 비춰지기도 하고, 금가락지, 진주목걸리, 양털모피, 라텍스 공장으로 돌리면서 원가의 몇 배씩 폭리를 취하는 쇼핑 관광은 아직 완전 근절되지도 않았다. 또 손님의 여행경비를 입금받아 먹고 튀는 막가파 여행사도 심심할 때쯤 한 번씩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것이다.

여행사는 큰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고, 재고도 없고, 현금 장사인 데다, 상품 인도 전 결제를 받으니 잠깐만 딴 생각하면 영락없이 사기꾼이 될 수도 있다. 전화기 한 대 설치하고 입담만 잘 풀어놓아도 "음, 현지 전문가겠지"라는 손님의 절대적 믿음은 웃지 못할 촌극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여행사에 한번 쯤 데인 사람들은 지인이 여행사를 한다고 하면 잠깐이나 눈이 반짝인다. "설마 이 사람까지야, (사기꾼은 아니겠지)" 하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따지고 보면 이 문제적 사업이 사라진다고 하면 한류 해외 비즈니스는 어떻게 할 것이며, 평생에 한 번 가는 허니문은 어떻게 꿈꿀 것이며, 1년에 단 한번 뿐인 여름 휴가는 어디로 날아갈지 대략 난감이다.

이만큼 떠나고 싶고, 떠나야할 사람들도 많으니 여행사는 약국만큼이나 가까이 있어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흔한 말로 주변에 의사, 변호사, 자동차공업사 지인 하나 씩은 잘 사귀어 두어야 한다는데, 이 목록에 여행사도 추가하는 것이 생활의 지혜인지 모른다.

이 목록을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절대 필요한 것이 있다. 어떤 여행사가 "잘 사귀어두어야 할" 곳인지를 알아보는 선구안이다. 선구안이 꼭 이대호일 필요는 없다. 볼과 스트라이크만 구별해낼 수 있어도 족하다.

위에서 쓴 숱한 여행사들이 모두 `볼`이었다면 "가보셨어요?"에 "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여행사가 `스트라이크`이다. 반대로 여행이 없는(둔한) 여행사는 미션임파시블로 공적1호가 되는 셈이다.
 
김형렬 호텔자바 이사 rancet@travelb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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