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작년말부터 유독 도내기업 육성에 골몰하고 있는데 그 여파로 대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 물론 반대로 "지방의 이익을 환원하는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005430)은 작년 11월 제주도에 지하수 취수허가량을 월 3000톤에서 6000톤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3월쯤 제주도가 9000톤까지 허락하겠다는 뉘앙스를 보였던터라 한국공항은 허가가 나올 것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증량을 불허했다. 제주도민과 환경단체들이 "공공의 이익을 막 퍼주는 것 아니냐"고 반발한 탓이다. 이에 작년 한해에만 항공기 5대의 정치장을 제주에 두는 등 `제주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크게 실망했다는 후문이다.
`물 갈등`은 한진그룹 뿐만이 아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농심과 맺었던 삼다수 사업계약을 파기했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또 롯데그룹의 롯데칠성(005300)음료가 제주도 프리미엄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제주지역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자격 제한 때문에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는 롯데의 잘못이 아니었다. 제주도는 롯데의 요청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할 제주지역 기업을 물색했지만 98억여원을 출자할 기업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규정을 바꾸지 않는 한 프리미엄맥주사업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란 비아냥도 나온다. 실제 제주에는 이 정도 출자여력을 갖춘 기업이 없다. 공모 기간에 6개 지역농협이 응모했으나 출자금이 15억원에 지나지 않아 자격 미달처리된 바 있다.
한화(000880), 한국전력 자회사 등이 뛰어든 풍력사업도 난항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제주도의 큰 자산인 바람을 외부기업이 독식하면 안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단체는 육상풍력발전단지 개발사업이 이뤄지면 해마다 400억원의 개발이익이 유출될 것으로 분석했다. 제주도는 부랴부랴 풍력발전 담당 공기업 설립을 준비 중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우리 것을 빼앗기만 했지, 너희가 해준 게 뭐가 있느냐는 지적을 많이 받아 힘들다"고 털어놨다.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출자한 제주항공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지금보다 더 사업이익을 제주도에 환원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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