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이랑기자] 중국 증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일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1일 종가 대비 8.1% 오른 4672.17로 마치며 2005년 6월 이래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증시 부양에 나서는 모습이다. 아울러 `올림픽 효과`에 대한 신뢰가 증시 상승 기대감을 떠받치고 있다.
◇中 정부, 증시 부양책 선물
중국 정부는 과열증시 우려를 벗어던지고 최근 들어 증시 부양책을 선물하고 있다.
증권감독위원회(CSRC)는 전일 5개월 만에 2개의 주식형 펀드 신설을 허용, 지난해 증시 과열을 우려해 잠가뒀던 `규제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개인투자자의 투자자금을 다시 끌어모을 수 있도록 한 것.
물량부담 압박을 줬던 대규모 자금조달 계획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증시 급락의 원인인 핑안보험의 전환사채(CB) 및 신주 발행 계획과 관련, 공산당 관계자는 "220억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핑안보험이 자금 조달 계획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됐다.
CSRC는 또 오늘(5일) 중국 최대 규모의 철도 건설업체인 중국철도건축총공사의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 계획을 연기시켰다. 40억달러 규모의 IPO(기업공개) 물량 부담이 덜어졌다.
정부가 잇따라 대규모 IPO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정부는 투자자의 편`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중국 당국이 기업 상장을 지연시킨 것은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 증시에 물량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라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풀골 펀드 매니지먼트의 천 저 펀드매니저도 "중국 당국이 기업 상장으로 인한 물량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극도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중국철도건축의 IPO를 지연시킨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상하이 증시의 개인투자자들은 오는 8월 개최되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시장에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지난달 한달동안 중국 증시는 16.7%나 하락했다.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 여타 아시아 국가보다 낙폭의 골이 깊었다.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로는 30%가까이 하락하며 약세장 진입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하자 증시 과열이 진정됐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가 서서히 증시안정을 위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정부가 아직 꺼내지 않은 증시 부양 수단을 다수 갖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의 확대 유치와 상장 회사들의 자금 조달 금지 등을 예로 들었다.
이 밖에 오는 3월 열리는 전인대에서 긴축정책 기조 완화가 결정되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림픽 효과`에 대한 신뢰
상하이증권보는 최근 "올림픽은 경기와 소비자의 자신감을 자극하며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베이징올림픽 시작 전까지 18개월동안 증시가 상승하고 이 효과는 이듬해 수그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향력있는 인사들도 증시의 `올림픽 효과`를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해에 "중국 주식시장이 이미 버블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했던 중국 내 톱 이코노미스트인 청 시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연말 기존의 주장을 번복, "올림픽 전에는 천천히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차오 펑치 베이징 대학교 금융감독조사센터장도 지난주 "큰 수익을 얻고싶다면 팔지 말라"고 말했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다. 궈진증권의 진 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림픽이 올해 증시를 8000포인트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가 최근 하락장을 목격한 후 "올림픽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라고 수정했다.
◇O-stock(올림픽株) `주목해야`
WSJ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흔히 `올림픽주(O-stock, 베이징 올림픽 수혜주)`라고 분류되는 100개 종목이 있다.
이중 올림픽 티켓 에이전트인 중국스포츠산업그룹은 지난해 750%나 상승한데 이어, 하락장이었던 지난 1월에도 27% 오르기도 했다.
전일 이들 100개 종목중 약 24개는 가격제한폭인 10% 까지 상승했다. 시장 조사기관인 상하이윈드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증시 하락장에서도 이들 종목의 낙폭은 상하이종합지수 낙폭(16.7%)의 절반에 불과했다.
베이징 올림픽주는 많은 산업영역에 걸쳐 있다. 전자제품 장비 생산업체인 베이징다이내믹파워를 비롯해 가전 제품 생산업체인 추란 에어컨, 베이징 시단 백화점, 베이징에서 144년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차이나 촨주데 등 설비, 가전, 소비 관련 업체들이 베이징올림픽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