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알고리즘이 개인별로 설계하는 정보 환경을 저자는 ‘전자동굴’이라 부른다. 저자는 사람들이 각자 취향의 감옥인 전자동굴에 머물면서 공영방송이 시민의 신뢰를 잃어간다고 진단한다. KBS에서 33년을 보낸 저자는 이 과정을 살펴보며 공영미디어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방송 중심 조직이 아니라 뉴스·지식·문화·재난·안전 정보를 연결하는 공적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설득의 언어학(상드린 쥐페레 외|296쪽|페이지2북스)
‘천연 재료 95%’와 ‘인공 첨가물 5%’는 같은 빵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지만 선호도는 달라진다. 이렇게 말 한마디에 휘둘리는 순간의 배후를 심리언어학자들이 과학적 실험으로 파헤친 책이다. 광고 문구부터 정치인의 현란한 말솜씨까지 일상을 지배하는 언어적 조종의 실체를 분석한다. 가짜 뉴스와 선동에서 나를 지키는 방패이자, 상대를 사로잡는 무기가 되는 책이다.
△초식 공무원 생존기(김인태|272쪽|부키)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 외교부 일등서기관까지 30년간 공직 사회의 최전선을 지켜온 저자가 공직 사회의 민낯을 고백한다. 117만 공무원이 일하는 조직을 저자는 포식자와 초식 동물이 얽힌 정글에 빗댄다. 소신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살아남는 법으로 멀리 내다보는 기린형, 기록을 남기는 토끼형, 전략적으로 멈추는 사슴형 등으로 생존 전략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미야케 가호|344쪽|동아시아)
책을 읽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문예평론가가 ‘왜 우리는 일하면 책을 읽지 못하게 되는가’를 묻는다. 한국 성인 독서율은 38.5%로 역대 최저, 연간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30시간 이상 길다. 저자는 이 두 수치를 개인의 게으름이 아닌 노동이 문화를 착취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로 읽어낸다. 일본 근대 150년의 노동사와 독서사를 바탕으로 한 정밀한 사회 진단서다.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라일리 블랙|288쪽|세종서적)
지구의 역사를 바꾼 것은 공룡이 아니라 식물이었다. 고생물학자인 저자는 12억 년에 걸친 식물과 지구의 동반 진화를 장대한 서사로 펼쳐낸다. 바닷속 미세한 광합성 생명체에서 출발해 육지로 진출한 식물이 숲을 이루고 기후를 바꾸며 공룡과 포유류, 인간의 등장까지 이끌었다는 것이다. 동물 중심의 진화 서사를 뒤집어 식물을 지구 생명사의 핵심 주인공으로 복원한다.
△채식약선, 내 몸을 살리는 치유의 식탁(강주연|248쪽|소금나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고 그에 맞는 식탁을 제안하는 채식약선 안내서다. 저자는 몸의 상태를 △비우기 △채우기 △늦추기 △다스리기 등 네 가지로 나눠 폐와 대장, 비와 위장, 간과 신장, 심장과 혈관 등 장부의 균형을 살피는 법을 설명한다. 체크리스트로 몸의 상태를 진단한 뒤 한의학과 영양학을 바탕으로 원인을 짚고, 이에 맞는 채식 레시피 약 70가지를 소개한다. 화려한 보양식보다 자신의 몸에 맞는 한 끼가 건강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