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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계엄은 친위쿠데타…'중대한 법위반' 尹 파면 불가피"

성주원 기자I 2025.03.03 15:00:00

헌재에 '윤석열 파면' 의견서 낸 헌법학자들
"불법 군 병력 동원한 교과서적 친위쿠데타"
"국무회의 형식적 진행 등 계엄 선포 절차 위반"
"국가비상입법기구로 국회 대체 계획 밝혀져"

[이데일리 성주원 백주아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학계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가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위헌행위라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100여명의 헌법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이번 사태를 ‘계엄으로 위장한 친위쿠데타’로 규정하며 파면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진행된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과 헌법재판소의 역할’ 공개 집담회에서 전광석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연세대 교수, 전 명예교수, 김선택 고려대 명예교수, 이헌환 아주대 교수. (사진=백주아 기자)
◇“역사적으로 전형적인 친위쿠데타 사례”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명예교수는 “12·3 사태는 현직 대통령이 주동자로서, 불법적으로 병력을 동원해 다른 국가기관인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침탈해 자신의 권력을 확장 내지 영구화하려고 획책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친위쿠데타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1992년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과 2022년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의 사례를 상세히 비교하며 “이미 쿠데타를 연구하는 세계의 학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사태를 친위쿠데타의 새로운 교과서적인 케이스로 명명하고 있고, 저명한 쿠데타 데이터베이스에도 그렇게 등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광석 연세대 법전원 명예교수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은 국민적 자존감을 느닷없이 훼손했다”며 “다행히 그동안 쌓아온 헌법시민에 힘입어 비상계엄은 에피소드와 같이 해제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헌정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혹은 정치적 상대를 제거하고 정치적 편의를 도모하고자 군병력을 동원하는 것은 헌법을 직접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전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입헌민주적 법치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위상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책무를 안고 있다”며 “이제 대한민국 스스로의 규범국가적 위상을 넘어 세계의 모든 나라들에 모범이 되는 선도적 국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가가 헌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절차적·실체적 하자”

헌법학자들은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다양한 위헌·위법적 요소들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헌법학자회의가 지난달 28일 헌재에 제출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의견서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 심의가 약 5분간 형식적으로 진행됐고, 윤 대통령은 2~3분만 참석했다가 별도의 종료선언 없이 접견실을 나간 후 계엄을 선포했다는 점에서 헌법이 요구하는 실질적 심의라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또한 헌법학자들은 계엄공고문이 적절히 공고되지 않았고, 국회에 지체없이 통고하라는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런 절차적 하자만으로도 계엄 선포는 위헌이라고 평가했다.

실체적 요건과 관련해서는 “비상계엄을 선포할 당시 대한민국이 ‘전시’ 또는 ‘사변’ 상태가 아니었음은 명확하다”며 “입법부의 권한 남용이나 부정선거 의혹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회 대체 비상입법기구 설치 계획

헌법학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를 대체할 국가비상입법기구 설치를 계획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된 문건에는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과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헌법학자회의는 “국회의 활동을 차단함과 아울러 국회를 대체하는 별도의 입법기관을 구상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운영했던 국가보위입법회의와 유사한 어용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라고 평가했다.

◇포고령 제1호의 위헌·위법성

뿐만 아니라 계엄사령관 명의로 발령된 포고령 제1호도 헌법과 계엄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도 특별조치는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서만 가능하다. 국회와 지방의회 활동을 금지하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은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부분으로 꼽힌다.

또한 헌법학자들은 “전공의 등 의료인에 대한 복귀명령, 영장 없는 체포·구금·압수·수색 등도 모두 헌법 위반”이라며 “이러한 조치들은 비례원칙에도 위배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평가했다.

◇“파면 정당화할 중대한 위헌·위법”

헌법학자들은 피청구인의 행위가 대통령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에 해당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견서는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직무상 범한 중대한 위헌·위법행위들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는 물론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는 관점에서도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음이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 윤 대통령의 법 위배 행위는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대표로서의 지위를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헌재는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윤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함으로써 이 사건과 같은 헌정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확실한 교훈을 우리 헌정사에 각인함과 동시에 탄핵소추 이후 더욱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는 우리 정치공동체를 통합하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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