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오전 8시30분 기준) 비트코인 시세는 24시간 전 대비 4.5% 하락한 3만9557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4만 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작년 12월 초 이후 처음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기대했던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현물 ETF를 승인한 지난 10일 이후 14% 넘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현물 ETF에 유입된 자금이 상당하지만, 기존 비트코인 신탁 상품이나 선물 ETF에서 갈아타기한 자금이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블랙록과 피델리티의 현물 ETF 상품은 출시 후 일주일 만에 총운용자산(AUM)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비트코인 ETF(GBTC)에서는 최근 한 주 동안 22억 달러(2조9천480억원)가 빠져나갔다. GBTC는 기관 투자자들을 대신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던 신탁 상품을 판매해오다 이번에 현물 ETF로 전환했다. 그레이스케일 수수료가 1.5%로 비교적 높은 편이라,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 다른 현물 ETF로 갈아타기 현상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계속 출회하는 중이다. GBTC 계좌에서도 이전에 사들였던 비트코인이 현재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만큼 물량이 대거 쏟아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록체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GBTC 이외에도 유럽과 캐나다의 기존 현물 비트코인 ETF는 물론 선물 ETF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거나 수수료가 낮은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기 위해 매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디파이낸스 ETF의 실비아 야블론스키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비트코인의 움직임은 예견됐던 것”이라면서 “암호화폐가 강세 궤도를 되찾기 전 ‘뉴스에 팔아라’로 인한 하락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이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페어리드 스트레티지스의 차트 분석가인 케이티 스톡턴은 “비트코인이 3만6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하락세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