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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트 참여 중단으로 러시아는 핵무기 통제 체제에서 벗어났다. 그간에도 미국은 뉴스타트에 따라 러시아에 핵무기 시설을 사찰하겠다고 요구했지만 러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미 지난해 말 기준 러시아의 핵탄두 수가 1549기로 뉴스타트가 정한 한계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핵실험을 하면 우리도 하겠다”고 공언했다. 핵무기 증강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언론과 만나 “군비 통제 구조가 총체적으로 무너졌다”며 “핵무기 증가와 군비 통제 약화는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푸틴 대통령 발언을 두고 “매무 무책임하며 유감스럽다”고 했다.
NYT는 러시아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이 군비경쟁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1년 미국과 러시아는 신형 핵무기와 사이버 무기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뉴스타트가 무력화된 상황에서 논의는 당분간은 불가능해졌다. 버락 오바마 핵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군비 통제·비확산 담당 국장을 지낸 존 볼프스탈은 자신의 트위터에 “협정의 실패는 오해 가능성과 불확실성을 키우고 위기감을 부추기며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썼다.
중국을 핵 군축 체제에 끌어들이려는 미국의 구상도 어그러졌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현재 400기인 핵탄두를 2035년 1500기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도 핵 감축 협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수차례 촉구했다. 중국은 자국의 핵무력은 ‘방어적 수단’이라며 이를 거부해왔다. 양자간 핵협정인 뉴스타트마저 무력화되면서 중국까지 포함한 다자 군축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요원해졌다.
국제적 비핵화단체인 글로벌제로의 존 울프스탈 선임고문은 “러시아가 조약을 꺠고 중국이 핵무기를 증강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실험하고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농축)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핵무기를 제한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운 시기”라고 NYT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