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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과거 1인 웹툰 작가들은 손이 많이 드는 배경 작업에 골머리를 앓았다. 복잡한 배경 작업은 시간이 많이 소요됐던만큼 전체 마감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 웹툰 시장에선 이 같은 작가들의 고민이 많이 사라졌다. 배경에 쓰이는 3D모델을 이전과 달리 외부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다. 스타트업 카펜스트리트의 3D모델 소스 중개 플랫폼 ‘에이콘3D’을 통해서다.
19일 서울 역삼동 카펜스트리트 사무실에서 만난 이민홍 대표는 “배경 작업에 힘들어하는 웹툰작가들의 ‘페인포인트’(고충)를 해결하기 위해 3D모델 소스들과의 연계를 생각하게 됐다”며 “국내 최초로 3D모델 중개 플랫폼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어서 힘들었지만, 웹툰 작가들에게 입소문이 나며 빠른 시일 내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2019년 설립된 카펜스트리트는 ‘오늘의집’ 서비스 기획자 출신인 이 대표와 서정수 이사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에이콘3D’는 3D모델을 사고 파는 플랫폼으로 현재 900여명 이상의 3D모델 공급자가 입점해 있으며, 월간 사용자 수(MAU)는 20만명 수준이다. 회원 수는 6만여명으로 거래액도 매년 급격히 증가해 지난해 6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서정수 이사는 “창업 초창기 설계사무소부터 웹툰 작가들까지 일일이 발품을 팔았다”며 “특히 배경 작업에 힘들어했던 웹툰 작가들과 접촉해 인사이트를 얻어 SNS와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진행했는데, 작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났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과거 만화 속 배경은 하나하나 그려야 했는데, 3D모델을 활용하면 원하는 구도로 갖다 쓰기만 하면 된다”며 “이를 통해 약 80~90% 정도 작업 시간이 절약돼 작가들은 남은 시간에 스토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니 호응을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도 카펜스트리트에 대해 초반부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회사는 창업하자마자 네이버 계열 벤처캐피털(VC) 스프링캠프로부터 시드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2월엔 KB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서 이사는 “신규 시장 개척으로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며 “웹툰뿐만 아니라 콘텐츠 시장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부분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현재 ‘에이콘3D’는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일본 등 20여개국의 해외 창작자(셀러) 300여명도 사용하고 있다. 카펜스트리트는 올해 해외 비중을 높일 예정으로, 최우선 진출 국가는 일본이다.
서 이사는 “일본 웹툰 시장도 조금씩 커지고 있는데, 현지 작가들과 직접 만나 플랫폼을 홍보하는 식으로 올해부터 움직이고자 한다. 현지 지사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도 “일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북미 시장도 올해 함께 진출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처음은 웹툰으로 시작했지만, 향후 카펜스트리트는 게임, 메타버스 분야로도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서 이사는 “현재 게임사들에게 여러 피드백을 받는 상황이고, 올해 중 다음 스텝을 밟아나갈 것”이라며 “시장 흐름에 따라 관련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펜스트리트는 이용자들이 더 편리하게 3D모델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편집 툴 ‘에이블러’ 등을 제공하며 후발업체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카펜스트리트는 향후 전 세계 모든 창작자들의 지원군이 되고 싶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모든 콘텐츠에 대응하는 게 카펜스트리트의 방향성이다. 우리만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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