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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려인 천만시대..온라인 불법거래 근절해야

김형욱 기자I 2019.07.03 09:00:00

책임 분양비 명목으로 돈 받고 사실상 불법 영업
법 허점 탓 적발돼도 ''개인 분양'' 주장 발뺌 빈번
농식품부, 연내 법 개정 추진…실효 대책 나와야

유기견들이 서울 시내 한 동물복지지원센터 입양을 기다리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강아지가 새끼를 여럿 낳았는데 전부 키우기가 버거워서 분양하게 됐습니다.” “이민을 가게 되서 오래 함께해 온 고양이를 분양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스마트폰 앱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반려동물 분양 글이다. 그러나 이들 중에는 규제 사각지대를 노린 전문 동물 판매업자들이 적지 않다. 온라인 거래 특성상 반려동물을 분양하겠다는 이가 전문 판매업자인지, 일반인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온라인상에선 반려동물을 분양할 때 책임 분양비 명목으로 5만~1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 이상을 받는다. 책임 분양비는 업자들이 반려동물을 개인에게 무상으로 분양받아 비싼값에 되팔거나 새끼 생산용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반려인의 자율규제다. 이를 일부 업자들이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지난 5월 반려동물 영업자 특별점검을 했다. 이 결과 동물판매업을 등록하지 않은 무허가 동물생산업체 9곳을 적발했다. 이들은 명백한 판매업자임에도 개인 간 거래일 뿐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이 돈을 받고 동물을 분양하는 건 불법이지만 상업적 목적이 없는 개인 거래는 예외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불법 판매이고 일시적 개인 거래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무허가 업자를 고발하더라도 개인 간 거래였다고 주장하면 지자체가 영업행위였음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다고 개인 간 거래 자체를 금지하기도 어렵다. 개인 간 분양을 막으면 유기동물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기·유실 반려동물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연 10만마리를 넘어섰다. 이중 절반은 동물보호센터에서 안락사(20.2%)하거나 자연사(27.1%)하는 운명을 맞는다.

농식품부는 최근 개인 간 분양인지, 전문 업자의 판매인지 구분하는 내용을 담기 위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관행적인 책임 분양비 수준을 넘어서는 거래는 불법 거래로 보고 단속하는 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11월이 목표라고 한다. 지금도 늦은 감이 있는 만큼 서둘러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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