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6.1% 증가한 11조3467억원에 달할 정도로 작년 한전 실적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전은 올해도 4년째 경영 흑자를 내고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소송 악재가 만만치 않다. 전기요금 반환소송이 이르면 4월 총선 전후로 선고가 내려진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현행 전기요금 누진체계를 개편하고 요금인하·반납이 불가피하다.
주택용 전력 소비자 등이 한전의 전기요금 부과체계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은 막바지 국면이다. 이달 선고가 예정됐던 1차(원고 20명)·2차 소송(원고 98명)은 각각 내달 17·22일 서울중앙지법 변론기일이 잡혀 있다. 오는 24일 선고가 예정된 3차 소송(원고 101명)은 광주지법에서 변론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예정보다는 늦어졌지만 원고 측은 변론기일 이후 이르면 한달 뒤인 4.13 총선 전후로 선고일을 전망한다.
◇소비자 원고측 “전 국민이 부당요금 돌려받고 요금 인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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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은 ‘요금 폭탄’ 누진제라며 반발한다. 원고 측은 실제 사용량에 따라 계산해 보면 41.6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또 아파트보다 저압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주택이 더 높은 전기요금이 부과되도록 설계돼 오히려 저소득층이 불리하다고 반박한다. 더군다나 전력 판매단가(2012년 1kw 기준)가 주택용이 119.99원, 대기업이 78.32원으로 일반 가정이 대기업보다 비싼 전기요금을 부담해왔다고 주장한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인강 곽상언 변호사는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전 국민이 돌려받기, 부당한 요금체계의 사용 금지, 산업용보다 비싼 단가로 주택용 요금을 책정하지 못하게 하는 게 원고 요구의 핵심”이라며 “누진체계를 개편해 전기요금 인하 결과까지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전은 누진 요금제가 전기의 과다소비를 억제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취지이며 정부 인가를 받아 위법성이 없다고 설명한다. 특히 요금 인하에 부정적 입장이다. 조환익 사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섣부른 전기요금 인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와 같다”며 “유가가 내렸다고 전기요금을 내리면 전기 사용량도 늘게 된다. 지금의 (한전) 흑자는 요금 인하보다는 에너지 신산업 투자에 쓰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전 “흑자냈다고 인하? 투자해야”..산업부 “부자감세 논란 우려”
업계에서는 법원이 사회적 파장까지 고려해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명시적으로는 한전의 요금 약관 관련 사안이지만 결국 정부 정책의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한전 약관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인가 권한을 갖고 있다. 산업부는 물가 영향 등을 고려해 기획재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친다. 산업부 전력진흥과 관계자는 19일 “전기요금 약관에 위법성은 없다”며 “요금인하나 요금체계 변경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부자 감세’ 역풍 등 정치적 파장까지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요금 체계를 개편할 경우 전기 사용량이 많은 부유한 가정이 주로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당시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국감에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백 번 공감한다”면서도 “지난 2013년 3단계와 4단계 구간을 통합하려 했지만 부자감세라는 논란이 제기돼 정부가 더이상 추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원 판결이 예상보다 장기간 걸릴 가능성도 있다. 원고 측이 1심에서 승소하더라도 대법원까지 갈 경우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한 번 올린 공공요금을 내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정부·여당은 20만여 점포가 적용받는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 특례를 연장하기로 했다. ‘총선용 대책’이라는 야당 반발에도 당정은 전기요금 할인 대책을 내놓았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지식경제부 에너지정책전문위원)는 “누진체계 개편은 쉽지 않은 난제여서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한전이 유례 없는 흑자를 낸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인하하라는 요구를 계속 거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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