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행복기금 D-7, 다시 찾은 신복위는 '썰렁'

성선화 기자I 2013.03.21 10:47:15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국민행복기금 출범을 일주일 앞둔 21일.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이곳을 찾은 지 석 달 만에,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신용회복위원회를 다시 방문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감당할 수 없는 채무로 빚 독촉에 시달리는 신용불량자들이 구제를 받기 위해 찾는 곳이다.

오후 3시. 석 달 전에 비해 방문객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대기석은 한산했다. 이날은 그나마 사람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전날에는 가장 북적이는 오후 시간대 방문자가 두세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같은 시각엔 상담창구에서도 빚 탕감을 위해 심각한 얘기를 주고받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채무자들이 저울질을 하는 것 같다”며 “일주일 뒤에 국민행복기금 발표가 나면 어느 곳을 통해 ‘빚잔치’를 하는 게 좋을지 가늠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날 찾은 방문객은 ‘국민행복기금’을 전혀 모르는 이들이었다. 30대 초반인 김씨는 “2년 전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해 성실히 갚아가고 있다”고 했다. 대학 학자금과 가족의 병원비로 20대 후반에 1000만원 이상 빚을 지면서 신용회복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가족 전체가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바람에 모두가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현재는 상황이 다 해결됐다”고 말했다. 한 달에 10만원씩 갚아나가고 있다는 김씨는 “새로운 직장을 구해 일상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정부에게 이 같은 채무불이행자들을 구제하는 절차를 운영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뿔테 안경을 쓴 50대 중소기업 대표는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대기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국민행복기금은 잘 알지 못한다”며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워낙 시달리다보니 이곳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형적인 대기업 횡포의 피해자다. 대기업 계열사 납품업체였던 그의 회사는 1년 전 채권 사기를 당했다. 대기업의 모 직원이 중간에서 그의 물품대금을 횡령해 도망을 친 것이다. 이에 대기업과의 지루한 법적 책임 공방이 1년 이상 이어졌고, 카드사 빚까지 끌어다 쓰다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 대표는 “만약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빚 탕감을 더 받을 수 있다면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최근엔 프리워크아웃(사전채구조정)을 신청하는 3040대 비정규직 비중이 늘었다. 프리워크아웃은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연체자들을 대상으로 한 구제 프로그램이다. 신청자 대부분이 대기업 계열사의 2년 계약 비정규직 직원들이라고 했다. 지출은 정해져 있는데, 소득이 줄면서 하는 수없이 이곳을 찾게 되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3040대의 특정 계층의 몰락이 심각한 것 같다”며 “국민행복기금이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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