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8%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 2%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경제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빌려서라도 소비하던 시절이 가고 검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또 20%에 달하던 고수익률을 기대하는 주식 투자자들은 이제 별로 없다.
◇ 핌코 "高실업률·低성장률, 새로운 표준"
모하메드 엘-에리안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내년까지 시장은 미국의 잠재 성장률이 3% 이상 되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2%를 밑돈다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얘기했던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엘-에리언 CEO는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핌코는 최근 "높은 실업률, 더딘 글로벌 경제 성장, 지속적인 정부 개입 등이 전 세계 경제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관련기사 ☞ 글로벌 경제 새 표준 "高실업률·더딘 성장·정부 개입"
◇ "새로운 검소의 시대로 가는 중"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로 인수된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데이비드 로젠버그 굴스킨 셰프 & 어소시에이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검소(frugality)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로젠버그는 "이것은 2,3분기 가량 반짝하는 변화가 아니라 가계 태도에 있어 장기적인 변화가 되고 있다"면서 향후 10년간은 어떤 면에서 사람들에게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정부 시대를 떠올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57~1963년 방송됐던 시트콤 `비버는 해결사(Leave It to Beaver)`에서 묘사된 가족을 예로 들면서 "클리버 부부(주인공)의 삶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며 채무때문에 꼼짝 못하지도 않았고, 5000 평방피트짜리 고급 주택(McMansion)에서 세 대의 차를 굴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와 상무부에 따르면 1959년말 가계 부채는 순자산의 11%였고, 저축률은 약 8%였다. 1960년 지어진 주택의 평균 규모는 1200 평방피트였고, 2007년엔 2521 평방피트로 늘어났다. 3000 평방피트가 넘는 신규 주택은 24% 증가했다.
건설업체 호브내니언 엔터프라이즈의 아라 호브내니언 CEO는 "확실히 수 년간 주택 규모면에서 보수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기업들도 `새로운 표준` 따라 변화 불가피
기업들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세계 최대 PC업체 휴렛패커드(HP)는 미국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토드 브래들리 PC 부문 헤드는 "매우 낮은 성장에 대비한 비용 구조를 짜고 있다"고 말했다.
스토어하우스 파트너스의 유통부문 애널리스트 패트리샤 에드워즈는 쇼핑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최소 5~6개 쇼핑 체인이 파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치는 핸드백 가격대를 기존대비 30% 가량 낮춰 200~300달러대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고가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류 프랭크포트 CEO는 지난 달 컨퍼런스 콜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우리는 새로운 표준이 될 것에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 "저수익을 기대하는 새로운 시장"
로드 애버트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밀턴 에즈라티는 "새로운 형태의 금욕적인 미국 소비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자본 이득이 줄고, 주식 투자 소득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뉴욕 증시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지난해 9월15일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전으로 복귀하려면 40% 이상 올라야 한다.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이후 4.6%까지 올랐다.
이런 불일치는 주식 투자자들이 경제와 기업 이익이 주가를 끌어 올릴 만큼 빠르게 성장한다고 믿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해석했다.
세이지 어드바이저리 서비시스의 마크 맥퀸 파트너는 "투자자들이 15~20%의 수익률 게임 대신 5~7%의 수익률을 내는 데 익숙해져 있다"면서 "월가가 바뀌고 있고, 미국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클레이즈의 미국 경제 리서치 부문 공동 책임자인 에단 해리스는 "부채를 기반으로 한 쇼핑붐이나 고가의 레스토랑, 주택 가격 급등 등이 다시 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10년이나 20년쯤 뒤 또 다른 큰 버블이나 몰락이 분명히 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인간의 본성을 영원히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