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BoMS그룹 멤버 삼성선물 금융공학팀 최완석 과장은 "채권시장의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유지되고 채권매매로 이익얻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과 같이 시장내에 특별한 재료가 없는 시기를 RP시장 개설과 국채선물 옵션 상장 등 향후 채권시장 변화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굿모닝증권 김일구 선임연구원은 "단지 잃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벌지 못하는 것도 리스크라는 의미에서 채권시장은 커다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며 "미국의 소비와 투자증가라는 확실한 펀더멘털 개선 신호를 볼 때까지는 듀레이션을 높일 것"을 권유했다.
<삼성선물 금융공학팀 최완석 과장>
◇유동성 장세 마무리 될 듯
2월 들어 채권시장은 경제지표 개선 기대감 선반영, 장단기 금리차에 따른 채권 매수세로 인해 제한적인 유동성 장세가 형성되었다. 이어 설 연휴를 앞두고 주식시장 하락이 유동성 장세에 힘을 실어 주며 금리를 재차 5%대로 끌어 내렸다. 문제는 설 이후에도 이러한 장세가 이어질 것이냐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통화당국의 신축적인 통화정책은 이어지겠지만 설 자금 환수 가능성이 높고, 월말 경제지표가 금리 비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전에 3조8천억원을 공급한다고 밝힌 한국은행은 아직 경기회복이 가시화 되고 있지 않고 물가도 아직은 우려할 상태가 아니여서 설 이후 설 자금 환수를 신축적으로 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에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월말 발표될 경제지표 중 산업생산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물가도 설 요인으로 인해 금리 비우호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설 이전까지 이루어졌던 유동성 장세는 마무리 될 것으로 판단된다.
◇금리상승은 제한적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 되고 월말 경제지표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이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상당부분 금리에 반영 되어 있고 경기회복의 관건인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동성 장세가 일단락 되더라고 금리는 지난번 강한 저항선 역할을 했던 6.2%를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이를 넘기 위해서는 수출 회복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박스권 장세 이어질 듯
이에 따라 채권시장의 박스권 장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채권매매로 인해 이익을 얻기도 힘들어 질 것이다. 따라서 박스권 장세에서 추가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채권관련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월 25일 RP시장 개설, 5월 10일 국채선물옵션이 상장되면 채권시장내의 파생상품의 이용 비중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최근과 같이 시장내에 특별한 재료가 없는 시기를 향후 채권시장 변화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충분히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굿모닝증권 김일구 선임연구원>
그린스펀이 1월 11일 연설에서 심각한 위험(significant risk in the near term)을 이야기했다가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채권시장에 1월말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강해졌던 적이 있다.
그러자 이틀 뒤 그린스펀의 원래 뜻이 잘못 전달되었으며, 연방은행 내부의 분위기도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리고 2주후인 1월 24일 그린스펀은 또다른 연설에서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there have been signs recently that some of the forces that have been restraining the economy over the past year are starting to diminish and that activity is beginning to firm)는 이야기를 하면서 추가적인 금리인하 기대를 잠재웠다.
헤드라인 타이틀은 "심각한 위험"과 "경기회복"으로 뚜렷이 나뉘었지만, 사실 두 연설문을 꼼꼼하게 읽어보면 논지가 거의 똑같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1월 11일 연설문에서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지만 리스크 요인이 있다"는 투로 이야기하고, 1월 24일에는 "리스크 요인이 있지만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이야기한 차이밖에는 없다.
◇ Two Sector
1월24일 연설문에는 현재 경기상황에 대한 그린스펀의 판단이 잘 드러난다. 그린스펀이 보는 경제는 전형적인 Two Sector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즉 일반적으로 경기순환과정에서 제조업과 소비가 같이 움직이는데, 2000년초부터 제조업과 소비가 서로 반대로 움직이는 숨바꼭질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99년말 Y2K수요와 결부되어 IT제품 중심으로 엄청난 소비증가가 나타났다. 이때 제조업체는 이것이 항구적인 소비증가라고 판단하여 설비를 팽창한다. 그러나 그러한 설비팽창은 사실 최종수요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 아니었다. 99년 연말 이후로 최종소비는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99년말 재고가 바닥이 나는 수요증가를 목격했던 제조업자와 중간공급자들이 재고를 늘리는 사재기에 나서면서 나타났던 현상이었다. 이러한 설비팽창과 재고증가는 2000년 3/4분기까지 지속되고, 마지막까지 팽창이 진행되었던 부문은 반도체였다.
2000년 4/4분기에 들어서면서 재고누적에 시달리던 제조업이 급격한 속도로 둔화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비는 오히려 회복되기 시작했다. 소비의 회복은 연준의 큰 폭의 금리인하도 한몫 했지만, 다른 경기사이클과 달리 이번 경기사이클이 짧을 것이라 예상한 기업들이 고용조정을 늦추었다는 점, 그리고 2000년까지 기업수익이 좋았고 광범위하게 확산된 성과급제도로 근로자의 급여가 높았다는 점에 기인한다.
그러던 중 9.11테러가 발생하고 대규모 고용조정이 시작되고, 기업은 본격적으로 재고를 처분한다. 2001년 4/4분기 미국의 GDP통계를 보면 기업이 갖고 있던 재고를 헐값에 소비자에게 넘긴 모양이다. 재고가 크게 줄었고 소비는 크게 늘어났다. 헐값이라는 표현은 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라는 점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대규모 재고조정이 끝났으니 이제 제조업은 바닥탈출 신호를 보낼 것이라 예상한다. 1월 ISM지수를 보면 눈에 띄는 것이 ISM Price Paid 지수인데 여전히 50밑이기는 하지만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재고를 줄였으니 이제 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린스펀이 우려하는 것은 two sector의 숨바꼭질이 반대로 진행될 가능성이다. 제조업이 바닥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여기서 소비가 계속 견조하게 유지해준다면 경기는 순항하게 된다. 그러나 소비가 늘어날 여지가 별로 없다면 경기의 순항은 어렵고 double-dip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V자형 회복을 이야기하는 사람과 W자형 회복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차이는 제조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에 있는 것이다.
◇심각한 위험
여기서 그린스펀이 말하는 "심각한 위험"의 의미를 추론해볼 수 있다. 그동안 소비를 지탱해주던 저금리, 임금상승, 고용조정지연의 효과는 이제 없다. 저금리정책은 유지하고 있지만 11월이후 장기금리는 예전수준으로 돌아갔고, 모기지 prepayment로 촉발된 소비증가도 이제 효과가 사라졌다. 2001년 기업실적은 나쁘고 임금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고용조정의 소비에 대한 악영향은 이제부터 나타날 것이다.
심각한 위험은 소비가 다시 둔화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연방은행이나 미국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는 것으로 이해한다. 연방기금금리를 낮추어도 장기금리는 내려오지 않고, 연방기금금리를 또다시 낮춘다고 하더라도 그 폭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경기부양책은 의회에서 표류하고 있으며,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다시 경기부양책을 써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려면 한참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물가하락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낮추고 있다.
물론 시장의 기대대로 경기가 좋아진다면 아무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시장이 일방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빠른 경기회복이 아니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린스펀은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Bill Gross의 말("Fed"s Greenspan should raise rates, Bill Gross Says", Bloomberg Rates of Return, 2월 7일자)은 이러한 상황을 꼬집는 역설적인 표현이다.
◇채권시장의 수급
우리 상황은 다를 수 있다. 차입에 의한 소비일지언정 더 버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한국은행도 쓸 수 있는 정책대안을 아직 많이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소비와 투자, 재고증가 등에 의해 추동되는 수출과 투자가 우리 경제의 회복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과 그리 멀리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펀더멘털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어야 한다. 재고가 떨어진 제조업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의미없다. 기술적으로만 보더라도 제조업은 좋은 신호가 나와야 한다. 무게중심은 소비가 될 것이다. 올해의 투자중심은 경기회복 여부가 아니라 경기회복의 Quality와 속도이다.
수급은 펀더멘털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가라는 시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수급은 펀더멘털의 개선이 금리를 상승시키는 폭을 제한하고 있고, 펀더멘털의 악화가 금리를 하락시키는 폭을 열어놓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기관들이 듀레이션을 크게 낮추어 사실 금리하락을 원하는 기관은 거의 없다.
주식시장이 그래왔지만, 채권시장도 전형적인 Trading Market이 되어 있다. 꾸준히 투자하는 기관이 거의 없고, 모두 가격이 오를 때 많이 사고 가격이 떨어질 때는 모조리 팔아버린다.
주식시장을 한번 보자. 9월까지 대부분의 기관들은 열심히 트레이딩을 해왔고 주가가 안 좋을 것이라는 아주 강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었다. 당연히 주식편입비율을 낮출 수 있는 한 최대한 낮추어왔다.
그러나 세상은 컨센서스대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갑자기 세상이 바뀌고 나자 모두들 허둥대며 주식편입비율을 높이는데 열중하고 있다. 미국의 장기투자기관들은 주식편입비율이 20-30% 이상인데, 우리는 5-10%도 안된다는 논리로 주가가 조정을 받기만 하면 주식을 산다. 시장이 Trading Market이고, 또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들이 극단적인 한쪽으로 몰려 있을 때, 컨센서스와 반대되는 신호가 나타나면 생기는 현상이다.
지금 채권시장 상황도 그렇다. 모두를 금리가 오르면 사겠다고 생각하고 듀레이션을 낮추었다. 그 결과 금리가 박스권에 들어간 최근 2개월간 이자수입이 별로 생기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금리가 오르면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이러한 인식이 금리상승을 막고 있다.
물론 금리하락도 막혀있다. 펀더멘털의 도움없이 채권을 추격매수할 생각들은 다들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모두들 금리상승을 원하는 편중현상이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에, 만약 펀더멘털의 악화신호가 나타난다면 금리하락폭은 주가상승폭처럼 일반적인 예상을 넘어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컨센서스의 반대쪽 리스크
주가가 많이 오르자 주식이 없는 것도 리스크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뒤늦은 후회이기는 하지만 단지 잃지 않는 것만이 리스크가 아니라 벌지 못하는 것도 리스크라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채권시장은 커다란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의 소비와 투자증가라는 확실한 펀더멘털 개선 신호를 볼 때까지는 듀레이션을 높일 것을 권한다. 회사채가 고평가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국채가 저평가되어 있는 것인지 혼돈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스프레드라면 경기회복기에 가장 크게 다칠 채권은 회사채가 된다.
지난해 듀레이션 베팅에서 지금은 크레딧 베팅으로 패턴이 넘어가기는 했지만, 역시 채권시장은 베팅을 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금리가 오를 것이고, 회사채 발행도 많아질 것이다. 그러면 국채와 회사채는 적정 스프레드를 찾아갈 것인데, 시가평가 테이블 기준으로 보면 스프레드가 더 확대된다고 보기는 어려워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스프레드를 보면 확실히 스프레드가 더 확대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FRN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장기금리 연동 FRN은 금리상승 초기에 매력적일뿐 금리상승기 전반에 걸쳐 매력적이지는 못하다. 금리상승 초기에는 단기금리가 가만히 있고 장기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매력적이지만, 초기를 지나면 단기금리가 오르고 장단기금리차는 축소된다.
지금처럼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단기금리가 오를 때 장기금리는 거의 오르지 않으면서 장단기금리차가 빠르게 축소될 가능성도 아주 높다. 과거에는 인플레이션이 지배하던 시기였기에 장단기금리차가 평균적으로 높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회사채 FRN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보면서 합리화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가격이 높다는 것은 채권발행을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며, 기업은 장기금리 연동 FRN 발행을 검토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