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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미래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수빈은 숙명여대 통계학과에 다녔다. 다른 대학생들처럼 취업을 준비했다. 그전까지는 당구의 ‘당’자도 몰랐다.
전환점은 친구의 빈자리였다.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친구에게 급한 일이 생겨 잠시 대신 일하게 됐다. 손님들이 공을 치는 모습을 지켜보다 호기심이 생겼고, 직접 큐를 잡으면서 당구에 빠져들었다.
2021년 본격적으로 당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동호인 신분으로 와일드카드 출전 기회를 얻어 LPBA 무대에 섰다. 그때까지도 직업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 학교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큐를 잡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도 달라졌다. 대학 졸업을 미루고 당구에 집중했다. 데뷔 시즌 16강, 2024~2025시즌 4강, 지난 시즌 준우승. 한 계단씩 올라 마침내 정상에 섰다. 우연히 시작한 취미가 직업이 됐고, 이제는 인생의 중심이 됐다.
정수빈은 “당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 너무 막막했다”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높은 곳까지 언제 올라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순간을 기대하며 더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실패도 좋은 경험이 됐다. 지난 시즌 첫 결승에서는 늦은 경기 시간에 맞춰 몸 상태를 조절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에는 수면 시간부터 바꿨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며 약 7시간씩 잤다. 그는 “지난 준우승 경험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우승 상금 4000만 원은 이번 대회 전까지 모은 총상금 3550만 원보다 많다. 시즌 랭킹도 25위에서 3위로 단숨에 뛰었다. 친구 대신 잠시 일하러 갔던 대학생의 다음 목표는 두 번째 우승이다.
“우승이 정말 힘들다는 걸 이번 대회에서 느꼈어요. 그래도 이번 시즌에 한 번 더 우승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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