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는 가족 내 누군가가 수행하는 병원 예약이나 자녀 등·하원, 아픈 부모를 돌보거나 식단을 짜는 일을 ‘기획노동’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나아가 한국사회에선 ‘기획노동’이 여성에게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점도 지적한다.
실제로 성평등가족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가사는 주로 여성이 해야 한다’에 동의하는 사람이 2023년 26.4%로 2020년 12.7%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책은 삶을 운영하는 책임이 어떻게 한 사람에게 집중되고, 그 책임이 오랫동안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는지 추적한다.
특히 가정 내 딸이나 여성에게 책임이 집중된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오늘날 기획노동에는 성별 고정관념이 깊이 스며들어 있지만, 기획노동 자체가 성별 차이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기획노동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고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이름 없이 수행되어 온 노동을 드러내는 일은 누군가의 책임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책은 맞벌이 부부와 장애아 부모, 타인의 손에 기대면서도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분투하는 장애인 등 21명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저자는 “돌봄을 다시 정의하는 순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 또한 달라질 수 있다”며 “이 책을 쓰면서 스스로 별 것 아니라고 깎아내리면서도 꽤 힘겨웠던 나의 노동이 사실은 전혀 하찮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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