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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있었지만 점차 유행이 시들해졌다. 세계관 범람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는 K팬들이 많아진 탓이다. 복잡하게 설계한 세계관이 팬 유입을 막는 진입 장벽이자 팀의 음악 색깔 및 활동 방향성을 한정 짓는 등 역효과를 낳는 사례도 생겨났다.
2022년 8월 데뷔한 뉴진스가 세계관 없이 이지 리스닝 음악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며 판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코로나19 엔데믹’ 흐름을 타고 빠르게 ‘5세대’로 전환된 K팝 아이돌계 ‘탈(脫) 세계관’ 움직임이 일었고, 후킹한 이지 리스닝 팝으로 댄스 챌린지 붐을 일으키는 데 힘을 쏟는 게 대세가 됐다. 이 가운데 ‘이모셔널 팝’(라이즈), ‘보이후드 팝’(투어스) 등 세계관 대신 독자적 음악 장르를 규정짓는 게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다시 틈새 시장 된 세계관…성공 사례 나올까
흥미롭게도 최근 들어 마치 패션의 유행이 돌아오듯 세계관을 품은 아이돌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새로운 성공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10일 활동을 시작한 보이그룹 엠빅(AM8IC)은 앨범명과 동명인 ‘루코이에’(LUKOIE)라는 세계관을 품고 데뷔했다. 엠빅의 세계관은 “거미 형상의 ‘꿈의 신’ 루코이에가 창조한 거짓된 꿈의 세계에서 연결된 다섯 소년이 진실된 세상을 향해 여정을 시작한다”는 서사를 기반으로 한다. 엠빅은 세계관 서사를 앨범에 반영해 수록곡들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엠빅은 세계관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는 ‘다크 판타지돌’을 팀을 대표하는 수식어로 내걸었다.
엠빅을 제작한 윤범노 토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1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한동안 세계관을 내세운 신인 그룹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만큼, 새로운 세계관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던 K팝 팬들이 존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어 “앞으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여 세계관이 진입장벽이 아닌 ‘입덕’하고 싶게끔 만드는 재미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세계관 기반 소설 론칭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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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트 멤버들은 컴백을 앞두고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뿔’은 ‘남들과 다르더라도 틀린 게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대변하는 상징물”이라며 “데뷔 활동 이후 뉴비트를 ‘뿔 단 아이돌’로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한국 설화를 모티브로 한 디지털 판타지 세계관을 구축한 채로 활동을 시작한 신인 버추얼 걸그룹 사령화와 팀 세계관 연계 웹소설 ‘디어 엑스’(Dear.X)를 선보인 신인 걸그룹 키키 등이 최근 세계관 재유행 흐름에 합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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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식은 와중에도 세계관을 꾸준히 이어온 끝에 빛을 보고 있는 그룹들도 있다. 2022년 데뷔한 걸그룹 엔믹스는 신곡 ‘블루 밸런타인’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뒤 유토피아를 향해 가는 여정을 그려온 ‘믹스토피아’ 세계관으로도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2023년 출격한 보이그룹 싸이커스는 최근 발매한 새 앨범으로 데뷔 때부터 이어온 ‘하우스 오브 트리키’(HOUSE OF TRICKY) 시리즈의 서사를 완성해 호평받았다. 이들은 ‘좌표를 찾아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퍼포먼스에 녹여왔다.
싸이커스의 리더 민재는 컴백 라운드 인터뷰에서 “세계관은 싸이커스의 콘텐츠를 한층 더 재밌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며 “팀의 아이덴티티를 담는 세계관의 한 페이지를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가요홍보사 메이저세븐컴퍼니 박병창 대표는 “치열한 아이돌 경쟁 구도 속에서 스토리텔링 기반 세계관을 입혀 팬덤을 견고하게 다지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기존처럼 세계관을 팀의 성패를 좌우하는 승부수로 띄우기보단 한결 가벼운 재미 요소로 게 이어가야 팀 운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