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부족으로 연구가 지연됐던 국내 AI 생태계의 병목이 드디어 풀린 셈입니다. 지금까지 GPU는 주문 후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품귀였고, 오픈AI·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가 대부분을 선점해왔습니다.
현재 국내 보유량은 약 4만 장에 불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6만 장 추가 공급을 약속한 것은 국내 AI 인프라 확충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을 엔비디아에 내줬다”, “중국에 팔지 못한 잉여 물량을 들여온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자체 AI 학습용 칩을 대량 생산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막혀 있던 ‘학습 병목’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6만 장의 GPU 추가 도입은 단순한 수입이 아니라, 한국이 초거대 AI 모델을 독자적으로 학습하고 운영할 수 있는 컴퓨팅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피지컬 AI, 산업 전환의 중심으로
이번 GPU 확보의 최대 수혜자는 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등 ‘피지컬 AI’ 분야입니다.
충분한 GPU 인프라가 있어야 제조·건설·물류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그 결과를 로봇·차량·공정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피지컬 AI 글로벌 리더십 확보”라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정우 대통령비서실 AI미래기획수석은 APEC 현지 기자회견에서 “삼성·SK·현대차·네이버의 GPU 확보는 단순한 장비 구매가 아니라 산업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라며 “현대차는 로봇과 모빌리티, 네이버는 클라우드와 GPaaS(GPU as a Service), 삼성과 SK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확장을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도 “정부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민간이 신뢰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며 이번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
일부에서는 엔비디아 GPU의 대량 도입이 국산 AI 반도체(NPU)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습용 GPU와 추론용 NPU는 본질적으로 다른 시장이라고 설명합니다. GPU는 대규모 AI 학습을 위한 인프라이고, NPU는 산업 현장·엣지 디바이스·공공 영역 중심으로 육성해야 할 핵심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회에서 “국가AI컴퓨팅센터의 국산 NPU 50% 의무 사용 폐지는 배제가 아니라 확장”이라며 “공공 영역에서 국산 칩을 적극 활용하고 실증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내 개발사들의 기술 고도화를 지원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GPU는 AI 학습 인프라를 여는 ‘즉시 투자’, NPU는 산업 현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기술’로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 AI 수도 ‘한국’, 다음 과제는 실행
정부는 이번 결정을 “아시아 AI 수도로 가는 첫걸음”으로 평가했습니다.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국내 AI 컴퓨팅 인프라를 신속히 구축해, 아시아 시장의 핵심 AI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입니다. GPU 인프라가 확보된 만큼 SK·네이버·삼성·현대차는 대규모 설비 투자와 함께 피지컬 AI 솔루션과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
스타트업과 학계, 연구기관도 새로 열린 GPU 자원을 활용해 산업별 AI 연구 성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한국 지방 도시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밝힌 만큼, SK 등과의 협업이 본격화되면 AI 인프라 투자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동시에 국산 NPU의 글로벌 확장도 병행해야 합니다.
중국이 엔비디아 제재 이후 화웨이 반도체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점진적으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며 ‘AI 인프라 주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공공조달과 엣지 AI 과제에서 국산 NPU가 실제로 채택되는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느냐가 ‘AI G3 강국’으로 가는 관건이 될 것입니다.
결국 GPU 26만 장의 추가 확보가 대기업의 피지컬 AI 투자를 촉진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과 지역 경제 활성화, 나아가 국산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이 ‘26만 장’의 투자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