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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분석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실적 전망을 내놓은 상장사 186곳 중 55개사, 약 30%에 해당하는 기업이 내년 1분기(1~3월) 실적을 상향조정했다. 상향조정액은 4300억엔(약 4조 15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89개사는 실적 전망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고, 42개사는 하향조정했다.
전기, 화학, 기계 등 해외에서 수요가 높은 기업들이 대부분 실적 전망을 높였다. 해외 자회사의 수익이나 자산 등을 엔화로 환산하면서 환율 변동분만큼 그 가치가 부풀어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4~9월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평균 1달러=약 134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약 24엔 뛰었다.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오므론은 내년 1분기 연결순이익(미국 회계기준)이 전기대비 5% 증가한 645억엔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전망에서 15억엔 상향한 것이다. 닛케이는 달러·엔 환율이 1엔 오를 때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1억엔 가량 늘어난다면서, 환율 변동에 따라 오므론의 영업이익도 25억엔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세키스이화학공업은 영업이익 전망을 전기대비 100억엔 이상 높였다. 다케다 약품공업과 아이신 등도 실적 전망치를 상향했으며,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제조업체인 이비덴은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예상했다. 한 기업 대표는 “엔저가 꼭 나쁜 건 아니다. 좋은 일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엔저 현상이 코로나 규제 완화와 맞물리면서 일본에선 해외 관광객 증가 등 관광·레저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도쿄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는 내년 1분기 순이익이 전기대비 7배에 달하는 559억엔이 될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기존 예상보다 약 200억엔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엔저에 따른 우려도 여전하다. 원자재 등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기업,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기 어려운 기업 등 실적 전망을 하향한 곳도 42곳에 달했다.
야마토증권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 1엔 상승시 주요 기업들의 연결 경상이익을 밀어올리는 효과가 올해 0.4%로 추산됐다. 2009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에 닛케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엔저에 따른 기업이 받는 혜택은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세이 기초연구소의 이데 오가와는 “실적을 상향한 기업이 예상 이상으로 많다”며 “엔저 기회를 살릴지 여부에 따라 기업 간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엔저로 원재료 수입 채산성이 악화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소재 기업 등은 부담을 (일부) 전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