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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이번 주말에도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지난달 20일 이후 4주째다. 무려 6만여명이 집결해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에 “투표권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이터통신과 CNN 등 주요 외신들은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로스토프나도누, 브랸스크 등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수만명의 시위대가 공정 선거를 촉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0일 이후 4주째 다.
이번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7일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가 다음달 8일 열리는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야권 인사 57명의 후보 등록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선거 당국은 후보 추천인 서명이 허위 또는 사망자의 것이라며 등록을 거부했다.
시위 참여자 수 집계기관인 화이트카운터는 이날 시위에 6만여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첫 시위 때 약 1만2000명이 참여했던 것과 비교하면 5배 가량 불어난 셈이다. 모스크바시 당국이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2차, 3차 시위에는 각각 3500명과 1500명이 참여했다.
이번 시위는 특히 지난달 28일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살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나발니는 현재 대규모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30일을 선고받아 구금된 상태다.
러시아 경찰당국은 약 2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시위 규모를 축소, 전국 단위의 반정부 집회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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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모스크바시는 집회허가를 내주면서 이날 시위가 가능한 장소를 제한했다. 이에 해당 지역을 벗어난 시위대는 경찰에 의해 즉각 진압·체포됐다. 모스크에서 245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80명이 각각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이후 지금까지 체포된 인원은 2700여명에 달한다.
시위대는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동시에 과잉진압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판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투표권을 달라”, “공정선거를 치르게 해달라”, “거짓말에 질렸다”는 내용과 함께, 체포된 야권 인사들의 사진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손에 들고 행진했다.
한편 이번 시위는 2011년 부정 선거 의혹으로 러시아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래 최대 규모라고 현지 외신들은 설명했다. 연예인 등 유명 인사까지 시위에 동참하게 되면서 규모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의 무관심도 시위 규모를 키운데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유로뉴스 및 데일리메일 등 일부 외신들은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릴 때 푸틴 대통령은 바이크쇼에 참석해 가죽 재킷을 입고 유유하게 오토바이를 탔다”면서 “이 장면이 국영TV에 방영된 이후 시민들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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