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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빈 라덴 소재 알면서 모른척?

김기훈 기자I 2011.05.03 09:45:40

은신처 미리 파악했을 가능성 높아
美-파키스탄 파트너십 균열 드러내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죽음을 놓고 파키스탄 정부의 행보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대(對) 테러 파트너로서 이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참여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자국 내 소도시 주택밀집지역에 은신해 있던 빈 라덴의 소재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있어 파키스탄 정부의 역할론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빈 라덴 사망을 공식 확인한 TV 연설에서 파키스탄의 협조를 언급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이번 작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조차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빈 라덴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72마일 남짓 떨어진 소도시 아보타바드에서 사살됐다. 당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의 험준한 지형에 숨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의외의 장소다. 빈 라덴의 은신처는 시가 100만달러가 넘는 3층짜리 저택으로, 4m가 넘는 벽으로 둘러쳐져 있어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띈다.

 
▲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 저택 구조(출처:텔레그래프)


더욱이 이 저택은 파키스탄 육군사관학교와 인접해 있다. 파키스탄 육군 연대 3개가 위치해 있어 군의 수장인 국방장관도 종종 들리는 이곳 근처에서 빈 라덴이 거주하고 있는 것을 파키스탄 정보당국이 인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이는 빈 라덴이 파키스탄 정부 안팎의 인사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었다는 의미다.

브라제시 미시라 전 인도 국가 안보보좌관은 "파키스탄 정부와 정보당국이 빈 라덴의 위치를 몰랐다는 것은 터무니없다"며 파키스탄 정부의 빈 라덴 비호 가능성을 제기했다. 린지 그레이엄 미 공화당 상원의원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빈 라덴이 저택에 살고 있는 것을 파키스탄 정부가 어떻게 파악하지 못할 수 있냐"며 의문을 내비쳤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자국 내에서 미국이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자 이를 달래기 위해 연 10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지원책을 펼쳐 왔다. 이는 특히 빈 라덴 생포 또는 사살을 위한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파키스탄 정부가 빈 라덴을 후방 지원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미국과 파키스탄 간 대테러 파트너십에 심각한 균열이 가는 것은 물론, 파키스탄에 대한 미국의 통제력 부재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사마 빈라덴 사망

- 알-카에다 임시 지도자에 이집트 출신 알-아델 - 오바마 "빈라덴 사살 40분 내 인생 가장 긴시간" - 빈 라덴 마지막 메시지 "美 안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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