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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한국기업>⑥현대차 `품질 넘어 브랜드로`

김보리 기자I 2011.03.23 12:16:00

[창간기획 코리아 3.0 : 제2부]현대·기아차, 브랜드 경영 포문
"해외시장서도 제 값 받는다"..無인센티브 정책
에쿠스, 美 시장 공략.."제네시스 등 대형차 美서 3만대 판다"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2011년 1월 11일. 북미오토쇼가 열리는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던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부활이 조심스럽게 감지됐으나 여전히 침착한 분위기였다.

여느 모터쇼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현대차(005380) 컨퍼런스가 시작되자 갑자기 세계 각국에서 온 수백명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좌우가 다른 '비대칭 차'로 출시 전부터 인기를 모았던 벨로스터가 월드 프리미어로 베일을 벗자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된 것.


"벨로스터는 풀죽은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말 그대로 '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만든 차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저가차'라는 이미지가 있었던 현대차의 변신에 놀랐습니다"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 기자는 벨로스터의 등장을 이렇게 말했다.

◇ 현대차, '저가 이미지 벗다'.."이제 안 깎아도 잘 팔린다" 

'해외시장에서 현대차의 선전은 싼 가격 때문이다?'
 
해외시장에서 '저가 깡통차'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던 현대·기아차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한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574만대를 판매, 미국 포드를 제치고 세계 4위에 올랐다. 

도요타 리콜 사태를 겪으면서 양적 팽창에 따른 부작용을 학습한데다,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 부분 구축돼 마케팅 비용을 적게 쓸 수 있다는 점도 프리미엄 차량 위주의 질적 성장을 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지적이다.

▲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오토쇼에서 현대차 벨로스터가 공개되자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현대차(005380)는 먼저 해외시장에서 인센티브를 낮춘 '제값받기'정책을 펼쳤다. 특히 제네시스, 쏘나타를 비롯한 신차들이 중고차 가치를 나타내는 잔존가치 평가에서 경쟁차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시장에서 '무(無)인센티브' 판매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잔존평가 기관인 오토모티브리스 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년 후 잔존가치가 41.9%였던 투싼의 경우 신형이 출시되면서 작년 53.8%로 올랐고, 쏘나타도 2009년 41.2%에서 1년만에 53.7%로 잔존가치가 껑충 뛰었다. 아반떼 역시 2009년 48.3%에서 작년 62.3%로 상승했다.

신차 할인도 점점 줄이고 있다. 신차 할인은 단기간에는 보다 많은 소비자를 끌 수 있지만, 결국 브랜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2009년 1월 아반떼와 쏘나타에 대한 소비자 할인액은 500~2000달러였지만, 지난 1월엔 대부분 차종에 대한 할인이 완전히 사라졌다. 도요타 캠리와 아발론은 최대 2000달러를, 닛산 알티마는 1250달러 할인 정책을 펴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제 현대차는 굳이 헐 값 경쟁을 하지 않아도 제품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단계로 진입하는 중이다.

◇ 현대차, 해외시장서 소형차만 강세라고? "모르시는 말씀"

현대차의 성공을 두고 혹자들은 '소형차를 앞세운 '박리다매(薄利多賣)'정책이 통했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차의 이런 꼬리표도 옛말이 될 날이 머잖았다. 현대차는 기존에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소형차에 더해 중대형차의 판매를 강화해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 상승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 유럽시장 전략 차종인 쏘나타 왜건형 "i40"
현대차는 작년에 전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한 쏘나타의 판매를 강화하고, 그랜저를 해외시장에 출시한다.
 
특히 올해 미국시장에서 에쿠스를 본격 판매하고 유럽시장에 프리미엄 중형 왜건을 출시해 판매대수뿐만 아니라 럭셔리차를 판매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이미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시장에서는 중국전략 신형 쏘나타를 출시하고 작년에 선보인 투싼의 판매를 강화하는 등 제품믹스를 중대형쪽으로 확대해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실제로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중형차 이상 판매비중은 2001년 30.1%에서 NF쏘나타가 판매된 2005년 52%로 2010년에는 58.4%로 늘어났다. 올해는 쏘나타의 인기 지속과 에쿠스의 판매가 시작돼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본격적인 브랜드 경영 포문.."모던 프리미엄으로 간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열린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모던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 컨셉트를 제시하며 새로운 글로벌 브랜드 슬로건인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를 선포했다. 본격적인 브랜드 경영의 포문을 연 것.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는 633만대. 전년 대비 10% 늘어난 규모다. 현대차는 390만대(내수 70만대·수출 320만대), 기아차는 243만대(내수 50만대·수출 193만대)를 판매해 각각 8%, 14%씩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에쿠스를 미국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처음으로 프리미엄 대형차 시장에 진입한다.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 대형차를 3만대 이상 판매해 브랜드 위상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에쿠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시장에 판매, 판매 첫 달 196대, 올 1월과 2월에는 각각 254대, 233대가 판매되며 무난한 출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획일화된 디자인에서 탈피, 문짝 3개의 비대칭차 '벨로스터'를 내 놓으면서 '많이 팔리는 차'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벨로스터는 현대차 최초로 올해 국내 시장에서 1만8000대 한정판매라는 이색 이력을 달면서 잠실야구장에 만든 콘테이너박스에서 콘서트 형식의 신차 발표회를 하기도 했다. 
▲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장이 지난해4월 열린 뉴욕모터쇼에서 에쿠스를 소개하고 있다.

기아차(000270)도 중형세단 K5를 '월드카'로 키워 전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재구매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난해 12월 출시된 에쿠스를 앞세워 '현대차=고급차'라는 등식을 세우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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