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서울방향)와 경산휴게소, 평사휴게소, 언양휴게소(서울방향)를 운영하는 '대신기업' 대표이사 이기진(52)씨에 따르면 이런 고민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상상 못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1973년부터 올해까지 35년 동안 휴게소에서 일하며 잔뼈가 굵은 이 대표는 "1980년대 중반만 해도 고속도로에 차가 없어서 휴게소 영업이 안될 지경이었다"고 했다.
|
|
■ 1970년대 육개장·비빔밥·설렁탕 전부… 매주 수요일 '분식'
"서울부터 대전까지는 그나마 괜찮았죠. 대전 이남으로는 차가 없었어요. 화물트럭이 하루 대여섯 대 지날까? 주변 주민들이 자동차 구경하려고 휴게소에 왔어요. 버스나 트럭이 들어오면 반가워서 서비스를 열심히 해줬을 정도예요."
첫 고속도로 휴게소는 1971년 문 연 추풍령휴게소. 이어 1972년 대신기업과 연도산업, 보림개발이 망향·옥산휴게소(연도), 죽암·천안삼거리휴게소(보림), 평사·경산휴게소(대신) 운영권을 공개 경쟁 입찰로 낙찰 받은 것이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 역사의 시작이다.
시설은 화장실과 식당이 전부였다. 식사는 육개장과 설렁탕, 비빔밥이 고작이었다. "매주 수요일은 만두와 칼국수를 냈어요. 그때만해도 정부에서 분식을 장려했거든요. 간식은 햄버거였어요. 그것도 요즘처럼 제대로 된 쇠고기 패티도 아니고, 무슨 생선 넣고서 만들었던 것 같아."
음료는 콜라, 사이다, 커피. 손님이 판매대에 와서 음료를 달라고 하면 병뚜껑을 따서 유리잔에 따라 팔았다. 1980년대 중반 콜라 한잔 가격이 130원. 커피는 주전자에 끓여서 사기 잔에 따라줬다. "그런데 대전 이남으로는 탄산음료가 안 팔려요. 휴게소 문 열고 4년쯤 지나니까 팔리더라고. 그리고서 '인삼 넥타' '로얄D' '구론산' '진생업' 같은 음료가 나왔어요."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을 휴게소를 운영·관리로 보낸 대신기업 유춘식 상무이사와 성대현 영업이사는 "1980년대만 해도 '차판매'라는 걸 했다"고 회상하며 즐거워했다. "이만한 상자에 과자·음료수·아이스크림을 잔뜩 싣고 버스에 올라가 팔았습니다. 그러면 초등학교 아이들이 몰려들어요."
빵과 과자도 휴게소에서 직접 구워 팔았다. "제빵업체에서 빵 납품을 안 해요. 팔리지 않아 반품 많지요, 운송비는 많이 들지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니까." "삶은 달걀 참 많이 팔렸어요. 달걀 세 개 하고 한약봉지에 싼 소금을 비닐망에 담아서 100원에 팔았죠."
|
|
■ 좌변기 올라앉아 '일' 보시던 어르신들
당시 휴게소는 오지였다. "몸을 씻을 수가 없어서 경산에서 트럭을 얻어 타고 경주에 가서 목욕했습니다. 다시 트럭 얻어 타고 휴게소 반대 방향에 내려서 고속도로를 건넜죠. 평사휴게소에는 전화가 없어서 경산휴게소까지 '삐삐선'을 우리 직원들이 깔았습니다."
이 대표는 "좌변기가 휴게소 화장실에 설치된 건 아시안게임이 열린 1986년경"이라고 기억했다. 외국 관광객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였다. 그런데 좌변기는 부서지기 일쑤였다. "좌변기가 익숙하지 않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좌변기에 올라가서 쭈그리고 '일'들을 보셨거든요."
좌변기가 보급된 1986년 즈음부터 차가 늘더니, 88올림픽 이후로 폭증했다. 기아에서 생산한 '브리사', 현대 '포니'가 드문드문 서있던 주차장은 이제 '그랜저' '쏘나타'로 빽빽하다. 'BMW' '벤츠' 같은 외제 승용차도 드물지 않다. 휴게소는 6곳에서 149곳(2008년 8월 기준)으로 늘었다. '한국고속도로휴게시설협회' 서정웅 본부장은 "1960~70년대 약 80㎞이던 휴게소 간 간격이 30~40㎞ 정도로 좁아졌다"고 말했다.
휴게소 취급 등록상품만 4500여개. 매점은 편의점 형태로 바뀌었다. 카페테리아 또는 푸드코트 스타일의 식당에서 다루는 음식은 한식은 물론 중식과 일식, 양식까지 스무 가지가 넘는다. 가격도 백반 1인분 400원쯤에서 5000원으로 올랐다. 좌변기에 올라앉은 건 사람이 아닌 비데. 평사휴게소와 경산휴게소를 잇던 삐삐선은 사라졌고, 인터넷 안 되는 휴게소가 드물다.
갈수록 높아지는 휴게소 이용객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휴게소마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별미를 개발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고, 미술관을 만들어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도 한다. 요즘 휴게소에서는 어떤 음식과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까?
▶ 관련기사 ◀
☞강릉선 곤드레밥·이천선 이천쌀밥… "여긴 밥맛이 다르네!"
☞고속도로 휴게소 인기메뉴 Best 8
☞귀향길, 휴게소에서 스테이크로 럭셔리한 점심을!


![30만원짜리 러닝화 왜 신죠?…'반값' 카본화 신고 뛰어봤습니다[신어보니]](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5/PS26050702444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