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5일 오후 늦게 이곳에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지난80년대초 노동부장관으로서 칠레 연금을 민영화한 호세 피녜라 케이토(CATO)연구소장을 초청한 연금개혁 토론이었다.
“미국도 칠레 모델을 따라 연금을 민영화해야 한다”
“민영화만이 능사가 아니다. 칠레도 연금을 민영화한 후 연금 사각지대 발생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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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나선 연금전문가들은 연금 개혁을 놓고 양보없는 설전을 펼쳤으나 이렇다할 결론은 끝내 도출하지 못한 채 다음 토론을 기약해야 했다.
◇ 연금개혁..어디서나 뜨거운 감자
미국하면 으레 세계 초강국에 경제 대국이어서 연금문제로 골치를 앓는 일이 없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연금개혁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높다.
지난 2005년 부시 행정부가 집권2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최우선 정책과제로 화두를 던진 것도 `연금 개혁`이었다. 월드뱅크 대회의실에서 설전이 벌어진 주제도 결국 부시 행정부가 칠레식을 따라 제안한 개인퇴직계정(PRA·Personal Retirement Accounts)과 맞닿아 있다.
미국에서 공적연금제도는 지난 1935년 한국의 국민연금 격인 노령·유족·장애연금(Old-Age,Survivors and Disability Insurance : OASDI)를 근간으로 발전해왔다. 이 OADSI를 근간으로 해 특수직역들을 대상으로 철도연금, 군인연금, 연방공무원, 각 주 공무원연금제도가 개별적으로 운용되는 시스템이다.
부시 행정부가 결국 연금에 대한 정부 부담을 민간으로 떠넘기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무릅쓰고 연금개혁을 목청높여 외치는 이유는 평균수명 연장으로 연금지급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2042년께가면 사회보장기금이 완전히 말라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그러나 민주당 뿐아니라 집권 공화당내에서도 반대가 많아 PPA가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 연방공무원연금 개혁
그런 미국도 공무원연금 개혁에서만큼은 선구자라는 평가다.
김재경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은 단층체계로 있던 공무원연금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적극 권고하고 있는 다층체계로 최초로 바꾼 나라”라며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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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패트릭(James Petrick) 미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FRTIB)재무담당이사는 “미국의 과거 공무원연금은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했을 뿐 아니라 연금제도간 이동이 잘 안됐으며 민간의 연금보다 더 관대하게 비춰졌다”며 개혁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연방 공무원연금의 개혁이 대단히 성공적 모델로 평가된다”며 “향후 지방정부 공무원연금에도 적용할 만하다”고 자랑했다.
◇ 공무원의 401(k)
현 미국 연방공무원연금 시스템이 과거(CSRS : Civil Service Retirement System)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 구조다. 과거에는 CSRS 단일 구조로 되어 있던 것이 OASDI(1층),FERS(2층),TSP(Thrift Saving Plan : 저축투자계정, 3층)로 구성된 다층구조로 바뀌었다.
미국 공무원연금만 20년이상 담당한 리차드 힌즈(Richard Hinz)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새 제도가 국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가입자들이 직업을 이동할 때 받아야 했던 불이익을 해소해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는 TSP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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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401(k)와 유사하며,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연금 개혁안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TSP는 높은 운용수익률과 낮은 비용으로 신 제도가 안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레고리 롱(Gregory T. Long) FRTIB 총괄이사는 “연방 공무원연금 제도는 신,구제도를 단절시키고 TSP를 도입함으로써 기득권의 불만을 완화시키고 제도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예전 제도가 안고 있는 5000억달러 규모의 미적립 부채의 경우 정부가 30년 상환을 책임짐으로써 새 제도의 재정건전성을 살릴 수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달러가 넘쳐나는 초강대국도 미래를 위해 일찍부터 연금 개혁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기자와 만나 "세계적인 저출산 고령화로 연금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말하고 "미국은 그나마 덜 심각하지만 한국의 연금 개혁은 빠른 고령화 속도 때문에 개혁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고 충고했다.
[취재 지원 = 한국언론재단,세계은행,핸디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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