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 대법원은 서울 중구의 한 상가건물 구분소유자들이 제기한 수익금 배분 청구소송에서 “관리단집회 결의가 없더라도 공용부분 수익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다. 공용부분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구분소유자의 권리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관리단이 ‘관리단집회 결의가 없다’며 수익금 분배를 거부하던 관행에 제동을 건 획기적인 판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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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은 집합건물법 제17조를 근거로 “규약에 달리 정한 바가 없으면 구분소유자는 지분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수익을 취득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관리단집회 결의 없이도’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구분소유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관리단의 자의적인 수익금 운용을 제한하는 의미를 갖는다.
물론 무조건적인 권리는 아니다. 판결문은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관리단집회 결의나 규약으로 수익금을 관리비용 등에 충당하기로 정했다면, 구분소유자는 직접 분배를 청구할 수 없다. 이는 건물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제한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집합건물에서는 공용부분 수익금을 건물의 유지보수나 시설 개선에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구분소유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판결의 실무적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관리규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수익금의 관리와 분배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면, 구분소유자들의 개별 청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 처리의 투명성도 한층 강화돼야 한다. 공용부분 수익을 꼼꼼히 기록하고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새로운 수익원이 생길 때마다 이를 규약에 반영하고, 분배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아직 과제도 남아있다. 첫째, 수익금에서 관리비용을 어떻게 공제할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 새로운 형태의 수익원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기적인 수익금 정산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실무 경험에 비춰볼 때, 이러한 문제들은 사전에 관리규약을 정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수익금 분배 원칙과 절차를 명확히 하고, 관리비용 공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다. 특히 새로운 수익원이 생길 때마다 규약을 보완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구분소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리단의 투명한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집합건물의 수익금 관리가 한층 투명해지길 기대한다. 다만 구분소유자의 권리 행사가 건물의 안정적 관리를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구분소유자와 관리단 모두 진지한 고민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단순히 법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서울지방변호사회 청년변호사특별위원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