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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에 발주도 급증..지정학적 위기에 탱커선도 호황

하지나 기자I 2024.07.05 09:43:10

6월말 글로벌 탱커선 발주..전년대비 8% 증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화학제품 해상운송↑
공급 제한적, 톤마일 증가로 선박 부족 현상
HD현대미포, PC선 52척 수주..흑자전환 기대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등 중동지역 리스크가 불거지며 탱커선(유조선) 발주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과거 부진했던 탱커서 발주로 신조선 공급이 제한적인데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선박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글로벌 탱커선 발주량은 총 206척으로 전년동기대비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선(63척)과 벌크선(192척)이 전년대비 33%, 40% 감소했으며, 카타르 LNG 프로젝트 이월에 따른 착시 효과로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78%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주요 선종 중에서 가장 의미있는 발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국내 조선사들의 탱커선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4척을 수주했다. 척당 1억2950만달러이다. 이는 지난 2월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수주한 VLCC(척당 1억2800만달러) 보다 더 높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같은 날 아프리카 선사와 2667억원 규모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4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탱커선 발주가 급증한 배경에는 육상으로 운송되던 석유화학제품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해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며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의 공습으로 선박들이 수에즈 운하가 아닌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유조선 시장의 톤마일이 크게 증가하는 등 선박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탱커선의 경우 그동안 발주 부진으로 공급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선박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5만1000톤(t)급 MR탱커의 경우 지난 주 기준 척당 가격이 52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4월 16년만에 5000만달러를 넘어선 이후 우상향 중이다. 수에즈막스급(15만7000t) 탱커도 8500만달러에서 8950만달러로, 아프라막스급(11만5000t)탱커는 7000만달러에서 7500만달러로 모두 작년 대비 신조 가격이 상승했다.

탱커선 시장 호황에 가장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곳은 HD현대미포조선이다. 탱커선을 주력 선종으로 삼고 있는 HD현대미포는 HD현대 조선 계열사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 원, 영업손실 110억원을 나타냈다.

HD현대미포조선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주량인 38척을 훌쩍 뛰어넘는 총 52척의 PC선을 수주하며 실적 기대감이 크다. HD현대미포는 올해 3분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현대미포는 3분기 영업이익 10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실적 컨센서스(각 증권사 실적 전망치 평균)을 내놓았다. 8개 분기만의 흑자전환이다.

업계 관계자는 “탱커선의 경우 수주 잔량이 많지 않은데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노후화 선박 교체 및 친환경 선박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연초부터 탱커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었다”면서 “여기에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운임까지 개선되면서 발주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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