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5개월래 최저치로 '뚝'…中수요악화 영향

방성훈 기자I 2023.05.21 16:04:12

선물 가격 톤당 8272달러…1월 고점대비 35% 낮아져
中지표 부진 등 리오프닝 기대 꺾여…공급 과잉 지속
공급 물류난 해소·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도 영향
장기 전망은 전기차 등 친환경 정책 확대로 상승 기대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흔들리면서 국제 구리 가격이 5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사진=AFP)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톤당 827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최근 5개월래 최저 가격으로, 지난 1월 올해 고점 대비 35% 낮다. 구리는 대표적인 산업용 금속으로 건설 및 전자제품의 핵심 재료여서 경기 가늠자 역할을 한다. 구리 가격이 하락했다는 것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리 선물 가격은 올해 1월까지만 해도 20년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제조업 및 건설업에서 다시 붐이 일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지표 등을 통해 중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것으로 확인되며 구리 가격도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구리 선물 가격은 최근 한 달 동안 6.9% 내렸다.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동월대비 0.1% 상승해 2년 2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내수경기 회복세를 보여주는 4월 산업생산(전년 동기대비 5.6%)과 소매판매(18.4%)도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세계 최대 상품 소비국인 중국에서 좀처럼 수요 반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공급 측면에선 전 세계적인 물류 차질 문제가 해소된 데다, 세계 구리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칠레와 페루의 3월 생산량이 전년 동기대비 5% 늘어난 것이 가격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혔다. 이외에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위기 등도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WSJ은 시장이 이미 공급 과잉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TD증권에 따르면 추세 추종 알고리즘을 활용해 구리 가격에 베팅하는 퀀트 거래에서 지난 한 달 동안 숏 포지션이 허용 최대치의 24%에 도달했다. 트리거로 지정된 특정 가격 아래로 구리 가격이 떨어지면 추가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더드차타드의 수닥시나 운니크리슈난 애널리스트는 “구리 현물 가격이 2017년 이후 선물 가격대비 가장 가파른 할인율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리 가격 하락에 채굴업체들은 올해 1분기 생산량을 1년 전보다 줄였고, 이에 따라 주가도 하락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프리포트-맥모런과 호주 증시에 상장된 BHP의 주가는 올해 각각 6%, 3.2% 하락했다. 영국 증시의 글로런스 주가는 21% 급락했다. 같은 기간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9.2%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다만 장기 전망에 있어선 구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낙관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서 친환경연료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풍력발전소, 태양광 패널 등은 더 많은 구리를 필요로 한다. 골드만삭스는 경제활동이 반등하기 시작하면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 톤당 1만 1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은행은 2025년 톤당 1만 5000달러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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