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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말레이시아 '달러 흔들기'…아시아통화기금 설립 공감

김겨레 기자I 2023.04.05 09:22:02

말레이시아 총리 "AMF 제안, 시진핑도 환영"
달러 패권 도전 中·강달러에 고통받는 신흥국 합심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미국 달러 의존도를 낮추자는 데 공감하며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 논의에 나섰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지난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을 제안했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나와 만난 자리에서 관련 논의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 재무장관도 겸하고 있다.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가 계속 달러에 의존할 이유는 없다”며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이미 중국과의 교역에서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중국 위안화를 사용해 무역 문제를 협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와르 총리는 1990년대에도 재무장관으로서 처음으로 AMF 설립을 계획했으나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일본 역시 아시아통화기금의 설립을 제안했지만 아시아에서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미국과 일본의 주도권 확대를 경계한 중국의 반대로 불발됐다.

아시아통화기금 논의는 미·중 갈등 속에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강달러에 고통받고 있는 신흥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중국은 최근 달러에 맞서 국제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브라질과 무역 결제에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했으며, 중동 산유국과 손을 잡으며 원유 결제에서도 위안화 사용을 노리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식품 순수입국으로, 달러 강세에 수입 물가가 치솟고 있다. 달러 강세는 링깃을 비롯한 기타 동남아시아 통화가치를 수십 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트렸다. 달러 강세와 고금리가 유지될수록 신흥국의 외채 상환 압박이 커져 외환 위기가 촉발될 위험도 높아진다. 블룸버그는 “동남아시아는 달러화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안와르 총리는 또 이날 국회의원들에게 중국이 말레이시아에 약속한 1700억링깃(약 50조6600억원)의 투자 내역을 공개했다. 중국 자동차 그룹인 저장지리홀딩그룹의 20억링깃(약 5960억원) 초기투자가 포함됐다. 중국 최대 정유회사인 룽성석유화학도 조호르주 펜게랑에 800억링깃(약 23조8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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