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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도덕보다 실리 택한 일본…우리는?

김형욱 기자I 2017.06.06 13:30:44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올 들어 일본은 아베 신조(安部晋三) 총리를 둘러싼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올 초 아베 총리 부부와 인연이 있는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 학원이 정부 부지를 헐값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베 총리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가케(加計) 학원이 특혜를 받은 게 드러났다. 이를 위해 총리실 산하 여러 부처가 개입했다는 문건이 등장했다. 아베 스스로 이 학원의 임원을 지냈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쯤 되면 의혹이 아니다. 아베 총리가 의회에서 이 사실을 부인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의 거의 없다.

일본 국민은 그러나 여전히 아베를 지지한다. 지지율은 여전히 50%를 넘는다. 지난 5일 일본 JNN방송 조사에서 54.4%를 기록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줄어들지만 큰 폭은 아니다. 2012년12월 들어선 아베 정권은 어느덧 4년 반 동안 롱런하고 있다. 이미 1945년 2차대전 이후 세 번째로 긴 내각이 됐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일본 국민의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아베가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하면 초대 조선총독부 총감이기도 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전 총리의 재임 기간을 뛰어넘는 역대 최장 총리가 될 수도 있다.

일본 국민은 정치권의 도덕성보다 실리를 택했다. 일본은 1990년대 시작된 20년 장기 저성장을 경험했다. 또 아베 2차 내각 직전 6년 동안 총리가 여섯 번 바뀌는 정치적 혼란도 겪었다. 이런 가운데 선택한 게 아베다. 아베 총리는 본인과 자신의 정권을 둘러싼 스캔들을 뒤로하고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경제 우선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아시아 주변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군국화, 자국 우선주의를 추진한다. 보수 자민당을 좋아하지 않던 젊은 노동자층도 아쉬운 대로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

이를 지켜보다 최근 우리의 총리·장관 인선 과정으로 눈을 돌리면 많은 생각이 든다. 정치권이 갑작스레 도덕 결벽증에 빠졌다. 현행법 위반도 아닌 작은 흠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아 정쟁한다. 국민이 진짜 알고 판단해야 할 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논쟁은 사라졌다. 도덕성에 눈 감아버린 일본이 좋다는 게 아니다. 우리가 도덕적 우위를 넘어선 결벽증에 빠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할 일이 많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정치적 혼란 끝에 들어선 정권이다. 침체한 경제도 살려야 한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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