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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프라이데이' 이름만 붙이면 양떼처럼 우르르

장영은 기자I 2013.12.16 11:03:40

11번가 행사에 하루 300만명 방문
"동대문 패션타운 유동인구가 한꺼번에 몰린 셈"
롯데百 하루만에 13억 매출 '대박'
'할인에 몰리는 소비자" 유사행사 잇따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유통업계에 때아닌 ‘블랙프라이데이’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의 원조 블랙프라이데이는 지난달 29일이었지만 국내에서 초특가 할인전이라는 콘셉트를 빌려 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16일 11번가에 따르면 지난 13일 ‘11번가 블랙프라이데이’ 하루 행사에 몰려든 방문자수는 300만명을 넘었다. 평소의 5배다. 거래금액은 역대 금요일 중에서 최고치였다.

특히 50% 할인쿠폰을 배포하기 시작한 오전 10시에는 동시에 100만명이 접속했다. 동대문 패션타운 관광특구의 하루 유동인구 전체가 한꺼번에 ‘블랙프라이데이’란 이름을 쫓아 몰린 셈이다.

11번가뿐 아니다. 블랙프라이데이 이름을 건 행사들은 대부분 성공했다.

옥션의 경우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기획전 매출은 전년대비 35% 증가했고 이베이를 통한 해외 직접구매는 70% 급증했다. G마켓은 ‘사이버 먼데이’(블랙프라이데이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온라인 특가세일) 기획전을 실시해 글로벌 쇼핑 매출이 40% 늘었다. CJ몰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네이쳐스 플러스’와 ‘솔가’에 한정해 블랙프라이데이 세일행사를 했는데, 평소보다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4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롯데백화점 ‘패션잡화 브랜드 패밀리세일’ 행사장. 하루 동안 최대 90%를 할인하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알려지면서 하루 동안 1만명 가량의 고객이 찾았다.
‘블랙프라이데이 돌풍’은 오프라인도 예외가 아니다.

이달 4일 롯데백화점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평일(수요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9500명의 고객이 다녀갔고, 매출 12억9000만원을 하루만에 올렸다. 롯데백화점 본점 9층의 메인행사 평균 매출이 보통 1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대박’이다.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최근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늘었다곤 하지만 초보자 입장에선 쉽지 않기 때문에 국내 사이트를 통해 직구 상품을 사려는 수요가 많다”며 “불황 속에 지갑을 쉽게 열기 어려운 소비자들이 특가전으로 더욱 몰리고 있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흥행몰이가 이어지자 비슷한 성격의 기획전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개점일인 오는 17일 하루동안 온라인몰인 롯데닷컴과 엘롯데에서 동시에 ‘슈퍼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한다. 총 2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최대 70% 할인판매한다.

옥션에서는 크리스마스 전후로 ‘박싱데이’ 기획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싱데이란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다음날 가족과 친지들에게 선물을 주는 기간에 맞춰 진행하는 세일행사를 말한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재고 부담을 줄이고 짧은 기간 판매량을 극대화해 내년의 판매 전략을 가늠하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며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적극적인 광고과 일부 제품의 할인폭을 강조하는 것이라 약간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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