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의사-환자 대화 통할때까지 통역"

천승현 기자I 2012.08.10 12:20:00

[별난사람 별난직업]강요한 대한병원법무담당협의회장
건강 찾으려는 목표 같지만 다른 언어 쓰는 사람들 같아
신뢰로 이뤄진 의료환경 목표 학술행사 통해 개선책 모색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강요한 회장은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의사들은 질병과의 전투에서 패배하는걸 배운 적도 없고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 습성이 있는 사람들이예요. 환자들은 의사들을 이해하고 신뢰해야만 이상적인 치료가 가능해지는거죠.”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병원에서 만난 강요한 대한병원법무담당협의회장(44)은 옆집 아저씨와 같은 푸근한 인상과는 달리 강하고 논리적인 어조로 의사와 환자와의 불신 현상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최근 진료 현장에서 의사와 환자와의 불신으로 인한 갈등이 부쩍 늘고 있다. 환자들은 의사가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지, 정당한 치료비를 요구하는지 꾸준히 의심한다. 의사들은 이러한 환자들을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강 회장은 “의사와 환자의 공통점은 현재 진행중인 치료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면서 “의사에 대한 절대적 이고 극단적인 신뢰감은 상실감으로 이어지며 치료결과에 대한 환자의 확신이나 근본적 치료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불신이 생기는 이치다”고 설명했다.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도 불신이 발생하게 되는 요인이라고 강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감이다. 이는 개인적 신뢰감 이전에 사회적인 신뢰감 형성이 중요하지만 너무도 많은 제도적인 틀 안에서 의사와 환자의 신뢰감이 회복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는 것만이 최적의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한다.

의료현장에서 펼쳐지는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 병원법무담당협의회다. 지난 2000년 법무팀이 있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실무적인 의료 관련 법률을 공부하는 모임으로 시작했고 2007년부터 매년 학술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현장에서의 불합리하고 불편한 제도에 대한 개선책을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임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의료법 연구소의 후원으로 진행하는 학술행사에서는 의료현장의 폭력발생 방지를 위한 대안,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진료의무의 충돌, 의료분쟁의 합리적 해결, 응급의료비 미수금 대불제도 개선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강요한 회장은 지난 1994년부터 20년 가까이 병원 원무과에서 일하면서 의료진과 환자와의 숱한 갈등을 겪어왔다.

그는 “업무상 진료비에 불만을 갖는 환자나 보호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관련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의료법 전문가도 전무한 상태라서 관련 법률을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평범한 병원 원무과 직원에 불과했던 강 회장은 관심 밖이었던 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빠듯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방송통신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법과대학원 석사과정도 수료했다. 가톨릭대학교의 생명윤리 연수과정, 경기대학교의 법학실무과정,고려대학교 의사법학연구소 연구과정 등을 두루 섭렵하며 누구보다 더 의료법을 많이 이해하는 의료법 전문가로 자리잡게 됐다. 2009년부터 4년째 병원법무담당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알토란’ 같은 연구성과도 많이 내놓았다.

장기재원환자 관리에 대한 법적 고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방향 연구, 의료기관의 환자정보보호 매뉴얼 개발 연구, 의료분쟁 사례 분석을 통한 사고유형별 배상금액에 대한 연구, 병원행정서류 간소화 방안 등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연구 성과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다.

강 회장은 최근 응급실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연구중이다. 응급실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해 의사가 피해를 입게 되면 생사가 시급한 응급환자의 치료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에 특수 경비가 있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이처럼 밤낮으로 의료법 연구에 매진하면서 정작 본연의 병원 업무에 소홀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강 회장은 “업무 시간에는 일에 쫓겨 개인적인 연구를 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매일 발품을 팔아 사람들을 만나고 밤에는 네 시간 이상 잠든 적이 없을 정도로 책임감을 갖고 연구에 매진했다”고 자부심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면서 활용할만한 ‘팁’이 있을까.

강요한 회장은 “돈이 없어도 응급실을 찾는 것을 주저하면 안된다.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빌려주는 응급의료비 대불제도를 활용하면 된다”고 소개했다. 진료비 걱정이 큰 환자 보호자들은 수술 전에 병원내에 있는 사회복지과에서 사회복지담당과 지원 단체 등을 상담받을 수 있다. 큰 병원은 대부분 사회복지과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된다면 진료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의료분쟁조정원에서 상담받으면 어렵지 않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응급환자가 아니면 가급적 응급실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응급실을 이용하게 되면 응급의료관리료를 추가로 납부하게 되는데 응급환자가 아니라고 확인되면 이 금액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예상치 못했던 진료비를 부담할 수도 있다고 한다.

강 회장은 “의료인, 행정가, 법률가 모두 환자의 건강이라는 같은 방향을 생각하면서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면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통역으로의 역할을 잘 하면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진료 현장이 구축되길 바랄 뿐이다”는 개인적인 목표를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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