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태현 기자] 김포 한강 신도시와 인천 청라 지구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 아파트 계약자들과 건설사 간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당초 약속했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데, 건설사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건설사와 LH 간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 한강신도시..우미건설 소송 당해
12일 업계에 따르면 우미건설의 김포한강신도시 `우미린` 입주 예정자 500여명은 시공사인 우미건설과 시행사 선우종합개발, LH 등을 상대로 최근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곳은 1028가구 중 85% 가량이 분양됐는데, 계약자 중 절반 이상이 소송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소송과 함께 계약 해지 또는 분양가 할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입주가 코앞에 닥쳤지만 주변 도로의 완공이 늦춰지는 등 인프라가 부실하다는 이유다. 특히 한강신도시의 몸값을 높이는 일등공신이었던 경전철 계획 역시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계약자들로서는 "과장 광고에 속았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우미건설 외에도 쌍용건설과 우남건설 역시 한강신도시에서 분양에 나섰으나 계약 후 인프라 미비 문제로 계약자들의 항의 집회를 준비하는 등 반발을 사고 있다.
◇ 청라 지구, 15개 건설사 피소.."집값 떨어졌다"
인천 청라 지구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청라 지구 개발의 핵심인 국제금융단지와 국제업무타운, 7호선 연장 등 대형 사업이 표류하면서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2009년 분양 당시 청라지구의 분양가는 3.3㎡당 1100만~12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현재 매도호가는 3.3㎡당 1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자 청라 지구 입주민들이 15개 건설사와 LH 등을 상대로 지난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입주 역시 기대를 밑돌고 있다.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 등 15개 건설사가 청라지구에 8000여가구의 아파트를 지었는데 입주는 5600여가구에 그쳤다.
한 청라지구 입주민은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받은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면서 피해가 크다"며 "인프라가 계획대로 갖춰지지 않아 생활하는데도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 LH, 주민·건설사 양쪽에서 공격 받아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분양 당시 홍보했던 주변 인프라는 사업 시행자가 제시한 청사진일 뿐 시공사가 직접 책임질 부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자의 불만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주변 인프라 등의 문제는 건설사가 완공 시점을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건설사는 LH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LH의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계약자에게 소송을 당하는 등 건설사가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A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소송 시점과 계획 등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현재 LH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H로서는 주민들과 건설사, 양쪽과 소송전을 벌일 수도 있는 셈이다. LH는 한강신도시와 청라 지구에서 도시 준공 전까지 최대한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LH 개발팀 관계자는 "대단위 면적의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주변 편의시설을 아직 확충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며 "지자체와 협의해 인프라를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도시 주변에 교육시설도 만드는 등 입주자의 만족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