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연기자] 황영기 전 회장에 강정원 내정자까지, 석달만에 CEO가 두명이나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것도 회사 내부 사정과는 상관없는 `외풍`에 의해서다. KB금융지주가 `CEO 리스크`로 경쟁력에 타격을 입고 있다. KB금융지주 안은 물론 금융권에서도 이번 사태를 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높다.
KB금융(105560)지주와 국민은행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최근 두 회사의 주요 임원들은 금융권의 주요 사안에 대해 질문하면 "요즘 거기에 신경쓸 상황이 도저히 못된다, 잘 알지 않느냐"고 답한다.
은행 영업은 특성상 연초가 한해 농사의 절반이다. 이미 조직의 동요가 심한데다 연초엔 금감원 검사도 예정돼 있다. 또 연말 인사도 해야 하는데 이마저 변수가 많아 밀리다 보니 조직원들이 일손이 잡힐 리가 없다. 다른 은행들이 영업에 전력질주 하는데 출발부터 뒤쳐질 판이다.
최고경영자가 흔들리면서 주요 의사결정도 미뤄지고 있다. 더구나 2010년은 KB금융은 물론이고 모든 은행지주사들에게 매우 중요한 한해.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등 M&A를 통한 은행권 새판짜기가 예고되는 가운데 KB금융은 어떤 형태로든 여기에 참여, 리딩뱅크의 지위를 굳혀야 한다.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M&A도 추진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결정 공백은 전략과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최고경영자의 공백은 치명적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언제까지 이럴건지…정말 답답하다, 결과야 어떻든 실무자 입장에서는 빨리 끝나고 조직이 안정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번 사태를 보는 견해는 입장과 위치에 따라 크게 양쪽으로 나뉜다. 권력화한 사외이사들과 그에 밀착한 경영진이라는 KB금융이 자초한 일이라는 게 한쪽이다. 또 금융당국의 지나친 인사 개입과 관치의 부활이라는 비판도 들끓는다.
이유야 어떻든 경영진과 당국의 전쟁통에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만 희생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경쟁자 입장에서야 KB사태가 나쁠 것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십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은행 인사와 경영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경제 밖의 논리가 끼어들어 권력다툼 양상이 되풀이 되는 것을 보면 금융인의 한사람으로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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