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국민 위스키 `윈저`의 탄생 비밀은

유용무 기자I 2008.10.21 12:01:00
[에딘버러(스코틀랜드)=이데일리 유용무기자]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Edinburgh)에서 버스로 1시간30여분 남짓 달려 도착한 디아지오 킬마녹 공장(Diageo Kilmarnock Plant). 국민 위스키 `윈저`가 생산되는 곳이다.

대개의 주당들은 `윈저`란 브랜드가 국내에서 개발된 탓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줄 알지만, 실제 군납용(2%)을 제외한 전 물량이 이곳 킬마녹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윈저 판매에 따른 로열티는 전부 디아지오코리아가 거둬들이고 있다.

1956년 설립된 킬마녹 공장은 디아지오의 스코틀랜드 내 3대 생산공장 중 하나다. 윈저 외에 조니워커, J&B, Bells, 딤플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세계적 위스키 브랜드들도 여럿 생산하고 있다.

◇`국민 위스키` 어떻게 만들어지나 = 킬마눅 공장에 도착할 때쯤, 하늘에선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술 한잔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 디아지오 킬마녹(Kilmarnock) 공장
국민 위스키 `윈저`를  생산하는 2번 현장 입구에 들어서자, 술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술 공장을 제대로 찾아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듣기 거북한 굉음이 들린다. 디아지오 측이 나눠준 귀마개는 어느새 무용지물이 됐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너무도 친숙한 `윈저`가 눈에 들어오자, 시끄럽다는 느낌도 금세 사라진다.

윈저(12년·17년)는 41번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생산공정은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때때로 직원들이 일일이 수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첫 공정은 수백개의 빈병들을 세척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강한 바람을 통해 이물질을 제거한 빈병들은 40도로 블랜딩된 위스키 원액이 투입되기를 기다린다.

이어 자기 차례를 마친 술병들은 일제히 디아지오가 자랑하는 최첨단 위조 방지장치인 `체커`를 장착하게 된다. `체커(인증 추)`는 뚜껑을 여는 순간 위스키 위조여부를 누구나 손쉽게 판별할 수 있도록 개발된 장치로, 윈저 마개와 병을 연결하고 있는 바 형태의 `체커`가 개봉시 분리되면서 병 목에 부착된 라벨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
 
체커의 위치만으로 위조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마페(Mapeh) 시스템`으로 불리는 카메라 검사 공정이 이어진다. 술이 병에 덜 차거나 많이 찼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운송 중 폭발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리고 나면 풀을 이용해 병의 목과 앞, 뒤에 상표(라벨)를 부착하게 된다. 상표가 들리거나 제대로 붙혀지지 않을 경우 고객 클레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보다 꼼꼼히 체크한다고 한다.

이 과정을 무사 통과하면 비닐보호막(홀로그램)을 입히는 작업이 이뤄지는데, 뜨거운 열과 건식·습식의 수증기 터미널을 거치면 된다. 이어 레이저 광선을 통해 병의 하단과 마개에 번호(네 자리)를 입히는 `듀얼코딩(Dual Coding)`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이걸로 모든 공정이 끝나는 건 아니다. 이제부터가 품질관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디아지오의 검증시스템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후부터의 공정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불량품 체크, 박스(500㎖ 6병入)  봉인, 파레트 이동 작업이 모두 끝나면 국민 위스키 윈저가 세상에 태어나게 된다.

현재 이곳 킬마녹에서 하루 평균 생산되는 윈저는 1만 상자(9시간 작업 기준)에 이른다. 물론 수요가 더 많을 경우 생산량은 그만큼 더 늘어난다고 한다.

폴린 루니(Pauline Rooney) 킬마녹 공장장은 "디아지오는 안전·품질·소비자 만족도 등 3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며 "그 중 무엇보다 철저한 검증을 통해 가짜 위스키를 구별하고 하이 퀄리티의 제품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스키 `앙꼬`의 탄생 과정은 = `앙꼬 없는 진빵`은 맛이 없듯이 위스키 역시 원액의 중요성이 크다. 제대로 증류된 원액 없이는 진정한 위스키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킬마녹 공장에 이어 찾은 블레이어 애톨(Blair Athol) 증류소는 이런 위스키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곳이다. 
 
스코틀랜드 내에서 가장 오래된 블레이어 애톨 증류소 입구. 메케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뜨거운 기운도 감돈다. 위스키 원액을 만드는 과정은 언뜻 보기엔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 상당히 복잡하다. 
 
▲ 블레어 애톨 증류소 증류기.
대개 5~6단계로 요약되는데, 적당한 온도로 발아된 보리를 피트(Peat)를 이용해 건조하는 게 첫 단계다. 이후 맥아를 분쇄한 뒤 뜨거운 물과 혼합하게 되는 당화 과정(52시간)과 종 모양으로 생긴 증류기(워시 스틸, 스피리트 스틸)에서 두 차례 증류 과정이 이어진다.
 
이후 증류 과정을 통해 갓 추출된 원액은 오크통에 넣어져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매년 2%의 위스키가 오크통서 증발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이곳에선 `천사의 몫(Angel's share)`으로 부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여느 위스키를 만드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각 위스키의 차별화된 맛과 향을 결정짓는 요인은 뭘까. 답은 물과의 혼합 과정(블렌딩)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블랜딩 비율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머레이(Dougls murray) 디아지오 마스터 블랜더는 "위스키의 맛과 향을 결정짓는 것은 원액과 물의 혼합 과정에 있다"면서, "하지만 그 비율은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줄 수 없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윈저`는 어떤 술인가 = `윈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위스키다.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이름 높은 술이다. 판매량 역시 단연 으뜸이다. 차별화된 맛과 향으로 2006년부터 3년 연속 국내 위스키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시장점유율은 29.9%에 달한다. 최근에는 40%대를 돌파했다.

특히 `윈저 17년(사진)`은 2000년 7월 출시 이후 단 한 차례도 전세계 수퍼 프리미엄급(17년 이상)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시장점유율만 50%에 이른다. 그만큼 전세계 애주가들의 술맛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1년간(07.7~08.6) 판매량은 36만4000상자로, 2위인 발렌타인 17년(11만2000상자)을 3배 이상 앞질렀다.

프리미엄 위스키의 대표주자인 `윈저 12년` 역시 주당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1996년 출시 이래 약 8900만병이 팔려나갔다. 지난 2006년에는 세계적인 위스키 평가지인 `위스키 바이블`로부터 국내 위스키 중 유일하게 `Brilliant(탁월함)`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윈저의 최고 숙성년도 제품인 `윈저 21년`는 세계적인 거장 마스터 블랜더 제임스 베버리즈의 예술혼에 의해 탄생된 제품으로, 동급 위스키 중 시장점유율은 10%대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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