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그러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은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국가 조세정책은 차기 정부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감세에 따른 경기활성화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별로 의견이 엇갈렸다.
찬성론자들은 세금 감면 → 소비·투자 활성화 → 세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감세의 실효성이 적을 뿐 아니라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것은 단순히 세금 탓만은 아니라는 반대론자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 이명박 '감세론' vs 정동영 '용세론'
올해 대선의 감세 이슈는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있다. 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각각 12조6000억원과 6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감세 공약을 발표, 세금깎기 '경쟁'에 불을 지폈다.
이 후보가 제시한 세금 감면 규모는 지난해 국가 세수입 예산 147조원의 8.6%에 이른다.
두 후보의 공약 기반에는 지난 2005년 한나라당이 발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감세안이 자리잡고 있다. 이 주장의 근거에는 감세정책으로 세금을 가계와 기업에 되돌려주면 그만큼 민간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공급경제학(supply-side economy)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80년대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했던 '레이거 노믹스'가 그 역할 모델이다.
구체적으로 이 후보는 현행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단계적으로 5%포인트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만으로 7조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법인세 최저세율도 현행 '1억원 이하 13%'에서 '2억원 이하 10%'로 낮추고, 중소기업 최저한 세율도 현행 10%에서 8%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표 참조)
정 후보의 정책은 일단 '감세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세계 1, 2위 규모인 옵션과 선물 등 파생금융상품 거래에 0.1%의 거래세를 도입하는 내용의 새로운 세수 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관련기사 참조 '어 세롭네...눈에 띄는 공약들'
하지만 정 후보 역시 유류세를 20% 인하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민심을 의식한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용세론' 역시 금산분리 정책 유지나 파병 반대 등 처럼 이명박 후보의 공약과 각을 세우는 정치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도 있다.☞관련기사 참조 '(시장이 본 복지정책) ⑤복지정책'
◇ 경제성장이 곧 세수 확대
감세정책의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지난 2005년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도 유사한 논리 대결을 펼친 바 있다. 그럼에도 국가 조세정책이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기반해서는 안된다는데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대선 후보들이 약속한 대로 경제 성장을 이루면 감세 정책의 효과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관건은 앞으로 국가 성장률에 달려있다 "고 말했다.
그는 "경제성장률을 1% 높이면 동일한 세율 하에 국가 재정수입이 4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실제 참여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5%에 이르자 세수 잉여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국가가 거둬들일 세금은 총 150조4000억원으로 당초 예상했던 139조4000억원보다 11조원(7.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작년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
김 교수는 "5% 성장으로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는 것은 경제성장이 세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작년까지 참여정부에서 초과 세수가 한번도 생기지 않았던 이유도 평균 경제성장률이 4.2%선에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만우 고대 경제과 교수는 "감세에 따른 경기 활성화는 제한적 효과가 있다"면서도 "다만 법인세 20%(5%포인트) 인하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지출을 절감하더라도 예산 총액의 5%를 넘기는 힘들다"며 "특히 복지국가 개념이 정착하고 있고 4대 공적보험 지출도 급증하는 만큼 감세정책은 균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감세 효과 미미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연구소장은 "세금 깎아준다고 경기가 활성화된다면 어떤 대통령이라도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서구나 유럽국가에서는 조세 부담이 높기 때문에 감세정책이 효과가 있지만 국내 기업은 조세가 기업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실효성이 적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일반적으로 감세는 대기업과 부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예를 들면 기술력이 있는 기업의 경우 여러가지 세제혜택을 받고 있는데 법인세를 인하하더라도 더 이상 혜택은 받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세연구원 김승래 전문연구위원이 올해 초 경제사회연구원에 제출한 '한국의 조세·재정정책 평가모형'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세를 10% 인하할 경우 1년간 세수는 2조3000억원 감소하지만 국민 경제에 돌아오는 몫(잉여)은 2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그래프 참조)
법인세 10% 인하는 2005 당시 법인세율을 27%에서 25%로 내린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법인세 인하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 등의 혜택은 주로 대기업들에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매출액 1조원 이상 기업은 전체 기업 이익 중 61.5%인 1조1900억원, 1000억~1조원 기업들은 3900억원(20.2%), 100억~1000억원 미만 기업은 3300억원(17.0%)이 분배됐다.
매출액 10억~100억원 미만인 기업들에는 법인세 인하에 따른 혜택이 300억원에 그쳤고, 10억원 미만 기업에는 아무 혜택이 없었다.
김승래 연구위원은 "법인세 인하로 인한 단기 효과를 따져볼 때 경제성장 효과는 분명히 나타나지만 그 혜택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잘못된 조세정책, 차기 정부에 '재정폭탄' 될 수도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부진이 세금 탓만은 아니라는 비판도 제시됐다.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단순히 세금만의 문제는 아니다"며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각종 정부 규제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현재 경제 여건이 동일하다면 감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만우 교수도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이유는 땅값이 비싸고 규제가 많은데다 사업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투자를 위해 세금을 깎아 달라는 것은 기업이 요구하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번 내린 세금은 다시 올리기 어려운 만큼 감세 정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최승태 소장은 "이번 선거에서도 감세정책은 필요 이상으로 남발되는 것 같다"며 "특히 7% 고성장을 약속하고 이를 전제로 세금을 확 깎아주겠다는 공약은 성장이 목표에 못미칠 경우 차기 정부에 재정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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