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춘동기자] 부동산 불패신화 이번엔 무너질까. 오는 31일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과연 이번엔 땅값, 집값을 잡을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으로 흘러들던 막대한 시중 유동성의 향배와 함께 증시 유입 여부도 주목된다. 최근 관망세가 짙어진 증시는 부동산 대책의 방향 및 수위가 결정되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데일리는 부동산대책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 및 업계의 움직임을 다섯차례에 걸쳐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주]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여력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일단 증시에 약(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시중 유동성 중 일부가 증시로 흘러 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반면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경기회복 둔화와 건설경기 위축 등이 현실화될 경우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대책, 시중유동성 흐름 바꿀까
이번에 발표되는 부동산대책은 보유세와 거래세, 양도세 체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부동산 부자에게 세금을 중과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발이익 환수장치와 공급대책도 담기며 시중 유동성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도하기 위한 대책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이번 부동산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경우 부동산 투자자금 이탈과 함께 시중 유동성의 흐름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 예금상품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불패신화를 이어왔던 부동산 시장마저 봉쇄될 경우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부동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 수탁고는 올해만 23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지난 24일 기준으로 82조6461억원을 기록 중이다. 은행·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의 단기수신은 7월말 현재 434조6000억원으로 한달 새 13조3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부동산대책 총괄실무자인 최원목 재정경제부 정책조정총괄과장은 "이번 부동산대책은 투기수요 억제대책과 함께 주택공급대책, 단기부동자금대책을 함께 담고 있다"며 "시중자금이 부동산 이외에 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되면서 유동성 편중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추가 유동성 유입 기대..증시엔 약
전문가들은 이번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경우 증시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투자자금의 성격이 상이해 직접적인 이동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시중 부동자금의 일부가 증시로 유입될 여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이 비교적인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꾸준히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적립식펀드가 인기몰이에 나서면서 고위험 시장으로 인식되던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 7월말 현재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은 7조2000억원. 아직 전체 간접투자상품의 3.5%에 불과하지만 계좌수는 305만5000개에 달해 전체의 4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미 자금유입 조짐은 가시화되고 있다. 올 들어 주식편입비율이 60%이상인 순수 주식형펀드의 수탁고는 6조564억원이 급증한 14조6080억원을 나타냈다. 반면 채권형펀드는 60조2595억원으로 15조6264억원 급감했다.
은행의 정기예금 등 저축성예금은 지난달 이후 약 2조1000억원이 줄었고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김세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는 가운데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이 떨어질 경우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동산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직접 이동하진 않겠지만 시중부동자금의 유입에는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경부 대우증권 보라매지점 지점장도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자금성격이 달라 상호간 자금이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부동산으로 유입될 수 있는 부동자금의 통로를 바꾸는 데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내수회복에 악영향..독이 될 수도
반면 이번 부동산대책으로 경기회복이 둔화되고 건설경기가 위축될 경우 오히려 주식시장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아직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낮아 부동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이번 부동산대책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내수회복과 소비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을 통한 부(富)의 효과가 위축되면서 경기회복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시중 단기부동자금의 상당수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증시로의 추가 자금유입 여부는 오히려 경기회복에 달려 있는데 현재 거시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평가했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도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겠지만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하기는 어려워보인다"며 "전반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아직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