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9월27일 14시13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1900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시일 내 대기발령난 전 부동산투자실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연다. 거액의 출자 권한을 앞세워 외부 운용사 인사에 개입하고 관계자들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이 수년간 이어진 가운데 관련 감사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수일 내 안 모 전 부동산투자실장(부동산투자실 수석급 운용역)을 대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국민연금 감사실은 그동안 부동산투자실 관련 투서 및 제보를 기반으로 감사를 해왔다. 감사는 거의 마무리단계지만 구체적인 징계 요구 수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투자·채용청탁 논란 잇따라…국민 노후자금의 사적 활용 비판
안 전 실장이 이끌어온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은 그동안 외부 위탁운용사 인사와 투자 의사결정을 둘러싸고 잇따라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연금의 막강한 출자 권한을 사적으로 활용, 운용사 대표나 임원의 교체·해고를 종용하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특정 인사 채용을 요구했다는 의혹이다. 요구에 응하지 않은 운용업계 직원들에게 폭언과 인신공격을 하거나 이른바 ‘국민연금 출입 금지’ 조치를 했다는 피해 호소도 이어졌다.
특히 국민연금 자금이 수천억 활용된 투자 건에서 특정 운용사와의 인적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은 4조원대 자산인 서울 역삼 센터필드의 위탁운용사(GP)를 이지스자산운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대체투자위원회에서 부결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사상 전례가 없는 무리한 교체 시도였던 데다, 국민연금 전직 고위 관계자가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람코 측 전주사무소장으로 이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상충 논란도 일었다.
지난 2024년 서울 중구 무교동 더익스체인지서울 개발사업 투자 과정도 논란이 됐다. 국민연금은 총 에쿼티의 92.6%에 해당하는 252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내부에서는 개발 리스크와 수익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제기됐음에도 투자가 최종 승인됐다. 이 투자와 맞물려 부동산투자실 고위 관계자들과 삼성증권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는 인사가 사업 관리사인 코람코자산신탁에 경력 채용되기도 했다. 이에 국민연금 부동산투자실 고위직이 코람코에 '채용청탁 갑질'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연금과 코람코는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해왔다. 국민연금은 투자 안건이 내부 규정과 절차에 따라 심의됐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코람코 측도 채용 개입은 없었으며 전직 국민연금 인사에 대해서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정보차단 조치를 적용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부실자산이었던 홍콩 오피스 투자에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연금은 디폴트가 발생한 홍콩 코즈웨이베이 소재 ‘타워535’에 기존 투자금 약 2500억원 외에 2025년 9000억원대 자금을 추가 투입해 총 투자 규모를 1조2000억원대로 늘렸다. 내부에서는 홍콩 오피스 시장 침체와 손실 확대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제기됐지만 추가 투자가 진행됐고, 이후 임대율을 상당 부분 회복했음에도 수익률은 여전히 극히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운용사와의 사적 이해관계 때문에 1조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을 저수익 부실 자산에 묶어놨다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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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투자실 문제 해결이 국민연금 자정 능력 가늠하는 잣대"
업계에서는 부동산투자실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이어진 만큼 이번 징계 절차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자정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부동산투자실 문제를 개인 일탈이 아닌 내부통제 문제로 보고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한국노총·참여연대 등 30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최근 이규홍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이사(CIO)에게 쇄신을 촉구하며 부동산투자실을 둘러싼 채용 공정성, 위탁운용사 상대 갑질·괴롭힘, 국내외 부동산 투자의 적정성 문제 등을 거론했다.
연금행동은 특정 개인에 대한 징계에 그칠 게 아니라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내부통제와 내부고발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기금운용위원회의 실질적인 통제 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금행동은 "부동산투자실장 문제는 기금운용본부의 구조적 내부통제 실패가 초래한 것임을 보여준다"며 "이번 문제의 본질은 언제든 기금과 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제2, 제3의 안 모 실장과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내부통제 시스템과 내부고발자 보호 체제를 개선하고 기금운용위원회의 실질적 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일부 사안만 떼어내 꼬리 자르듯 처리한다면 결국 외부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움직임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내부에서 밝혀내지 못한 문제가 이후 수사기관에서 드러난다면 그게 오히려 국민연금으로서는 더 큰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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