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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론 머스크는 누구인가[이근면의 사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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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I 2026.09.03 0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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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돈벌이 아닌 화성으로 가는 것이 목표
끊임없이 꿈 이루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서
한국 기업가, 성공 후엔 경영 방어하기 급급
두 번째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사회 만들어야

이근면
[이근면 초대 인사혁신처장] 개인, 기업, 사회 누구든 꿈을 갖는다. 그 꿈의 크기가 성공의 크기라 한다. 물론 꿈을 가졌다고 다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린 누구나 꿈의 위력은 무한하다는 것은 안다. 꿈을 찾아가는 몽상가를 우리는 볼 수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다. 부럽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아니다.

스페이스X는 단순한 로켓 회사가 아니다. 화성으로 가기 위한 회사다. 스타링크는 인류의 우주 문명을 연결하고 테슬라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문명을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서로 다른 사업처럼 보이지만 모두 하나의 꿈으로 연결돼 있다. 일론 머스크는 대학 시절부터 ‘인류를 다행성 문명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허황된 공상처럼 들렸지만 그는 모든 사업을 그 꿈 아래 연결해 왔다. 기업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꿈을 실현하는 도구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IT 기업인 네이버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웹툰을 넘어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로봇과 디지털트윈에까지 투자하고 있다. 기술력도 세계적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세상은 무엇인가”를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이것은 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그렇다. 좋은 제품은 만들지만 새로운 문명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시장은 이야기하지만 미래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경쟁은 말하지만 인류의 다음 시대는 말하지 않는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규제와 단기 실적 중심의 자본시장, 실패에 관대한 문화의 부족 등 여러 이유가 있다. 문제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토양’의 차이에 있다. 미국은 실패한 창업가를 다시 투자 대상으로 보지만 한국은 실패가 사회적 낙인과 추락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니 누가 인생 전체를 걸고 우주산업 같은 불확실한 도전을 하겠는가. 미국의 자본은 ‘가능성’에 투자하지만 한국은 ‘안정성’을 먼저 본다. 결국 한국 기업은 꿈보다 실적표를 먼저 설명해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한국의 성공한 기업가들조차 ‘두 번째 꿈’을 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한 번 성공한 기업가가 다시 완전히 다른 분야에 도전한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아마존 창업자)의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현재의 성공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자신이 확보한 자본과 기술, 영향력을 새로운 산업과 미래의 가능성에 지속적으로 투입하며 다음 기회를 만들어 왔다.

반면 한국의 성공한 기업가 상당수는 첫 성공 이후 방어적 경영으로 이동한다. 기업을 지키고 규제와 여론 리스크를 관리하며 기존 사업의 안정에 집중한다. 왜 그럴까.(사실 그냥 돈을 버는 것은 아닐까? 큰 별장도 갖고 싶으니)

첫째, 부는 나쁘다. 기업이 커질수록 각종 규제와 감사,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는다. 미국에서는 부자가 되면 더 큰 도전을 기대하지만 한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이 되면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둘째, 자잘하다. 상속과 지배구조 문제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경영권 방어와 승계 문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면서 미래 산업을 바라봐야 할 에너지가 내부 문제로 흡수된다. 셋째, 아직도 사농공상. 미국은 ‘세상을 바꾼 사람’을 존경하지만 한국은 일정 수준 이상의 부에 대해서는 경계와 의심의 시선이 강하다. 넷째, 중용(?) 실패 비용이 너무 크다. 첫 번째 성공은 박수받지만 두 번째 도전의 실패에는 더 큰 사회적 비난이 따른다. 결국 성공한 사람일수록 더 위험한 도전을 피하게 된다. 이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교육의 차이도 크다. 미국은 질문하는 교육을 한다. 한국은 정답을 맞히는 교육을 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관리자형 인재는 많이 나오지만 문명 전환형 기업가는 나오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좋은 대학, 대기업, 공무원, 전문직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여전히 최고의 성공 모델로 인식된다. 부모와 학교, 사회도 안정적 생존을 우선 가르친다. 그러나 혁신은 안전지대 밖에서 나온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가의 시선이다. 미국 정부는 우주·AI·국방·에너지 같은 전략 산업에서 민간 기업과 함께 위험을 감수한다. 스페이스X 역시 미국 정부의 프로젝트와 계약 속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은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규제와 허가부터 검토한다. 도전보다 관리가 먼저 작동한다. 한국의 기업 문화 역시 도전형보다 관리형에 가깝다. 실패하면 책임을 묻고 성공하면 조직이 나누어 가진다. ‘튀지 말라’는 문화 속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발상이 나오기 힘들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차이는 ‘꿈의 크기’다. 일론 머스크는 돈을 벌기 위해 우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인류 문명을 바꾸겠다는 서사를 만들었고 미국 사회는 그 꿈에 투자했다. 반면 우리는 큰 꿈을 이야기하면 허황됐다고 말한다. 실패 가능성이 높은 도전은 무모하다고 평가한다. 결국 사람들은 작은 꿈만 꾸게 된다.

하지만 대한민국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AI 시대와 우주 시대에는 과거의 제조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상력의 국가 경쟁력’이 중요하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한국도 관리형 국가에서 도전형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우선 성공한 기업가들이 두 번째 꿈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를 단순한 부의 소유자가 아니라 미래 산업 개척자로 바라보고 다시 도전할 때 응원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가 꿈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실패를 조롱하지 않고 도전을 존중해야 청년들이 안정된 자리만 찾지 않고 새로운 길에 도전할 수 있다.

1960년대의 상상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미래는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시작된 상상이 기술과 도전을 만나 현실로 구현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더 높은 하늘과 더 깊은 바다, 더 넓은 대륙과 아직 닿지 못한 미지의 영역까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확장해 나갈 다음 시대의 프런티어는 과연 누구일까.

산업화 이후는 문명 경쟁의 시대다. 미래의 생각이 강국의 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잘 만드는 나라’였다. 이제는 ‘새로운 세상을 먼저 꿈꾸는 나라’가 돼야 한다. 스페이스X의 성공은 단순한 기업 성공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회가 얼마나 큰 꿈을 허용하느냐의 결과다. 결국 국가의 미래는 기술이 아니라 어떤 꿈을 허락하는 사회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AI 빅뱅 전환기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새로운 문명’의 창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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