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실시된 대만 총통 및 입법위원 선거는 슈퍼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24년의 첫 선거로 양안 관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안보 지형과 향후 미·중 패권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많은 국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여당인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중국국민당(국민당) 허우유이 후보와 6.6%포인트,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 후보와는 13.6%포인트 격차로 대만 총통에 당선됐다.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가 총통에 당선됨에 따라 민진당은 대만에서 민주화 이후 최초로 8년 주기를 깨며 10년 이상 장기 집권을 기록하게 됐다. 대만은 2000년 첫 수평적 교체 이후 3명의 총통 모두 재선에 성공한 후, 다음 선거에서는 반대 측 정당 후보가 승리해 8년 주기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일이 반복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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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이 최소 목표치인 8석을 획득해 민진당과 국민당 양당 모두 과반의석을 점유하지 못함에 따라 2008년 이후 16년간 지속된 양당제를 종식하고 실질적인 다당제 복귀에 성공했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현 차이잉원 총통의 양안 및 외교정책을 계승해 △국방력 강화 △미국·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 추구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 축소 노력을 지속할 전망이다.
라이칭더 당선자와 민진당은 대만의 국방력 강화가 양안관계의 평화를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시각으로, 현재 차이잉원 정부의 국방력 강화 정책을 지속 추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차이잉원 정부는 지난 7년여 동안 △국방예산 증액 △군 복무기간 연장 △예비군 제도 개혁 시작 △비대칭 전력 우선 조달 △독자적인 방위산업 육성 등을 추진해 왔다.
미국이 대만의 가장 중요한 국제 파트너이자 강력한 미-대만 관계가 대만의 안전보장을 위한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어 일본 등 민주주의 국가와의 유대 강화를 추구할 것으로 무협은 전망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대만은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해 왔으며 라이칭더 당선자는 일본과 안보협력을 추구하고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에도 관심을 표명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 등 파트너 국가와의 무역협정을 추진하고 미국과 협력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노력에도 나설 전망이다. 민진당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대중 수출 규제에도 협조적이었고 미국으로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는 정책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라이칭더 당선자도 핵심 최첨단 나노 공정 생산시설은 대만에 두되, TSMC의 해외 투자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중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경제, 외교적 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라이칭더 당선자 집권 하에서 공식적인 양안 교류가 재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양안 관계에 대한 차이잉원 정부의 방식에 부정적이나, 라이칭더 당선자를 훨씬 더 불신하고 있다. 라이칭더 당선자는 중국이 공식 소통의 재개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주장하고 있는 ‘92 공식’을 부정하며 이 공식이 대만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92 공식은 1992년 정립된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 양측 사이의 양안관계 원칙으로 일중각표(一中各表), 즉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一個中國), 그 표현은 양안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各自表述)”가 핵심이다.
정해영 무협 수석연구원은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으로 양안관계의 긴장이 유지되고 동북아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럼에도 대만의 반중독립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을 회피하고자 할 각 국가의 고려에 따라 양안관계가 악화보다는 현 상태 유지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수화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 사전점검 및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