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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높아 역차별 받던 아시아계, 명문대 문턱 낮아질 듯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소수인종에 대한 대입 우대 정책에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1961년 도입된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은 소수인종 학생에게 대입에서 가산점을 주거나 정원 일부를 할당해주는 정책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학생은 인종이 아니라 개인으로서 쌓은 이력을 바탕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대학은 오랫동안 (학생이) 학습한 것이나 기술, 노력이 아니라 피부색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잘못 평가해왔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재판에선 한인 등 아시아계 학생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쟁점이 됐다. 아시아계는 그동안 다른 소수인종보다 더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받았다. 성적순으로 입학자를 정하면 인구 비율 대비 ‘과잉’ 입학자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하버드대가 (입시에서) 인종을 고려했을 때 아시아계 입학자가 11.1%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영 미 하원의원은 “인종에 기반한 교육정책은 국가를 분열시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며 학생들이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이번 헌법소원을 주도한 단체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은 아시아계 학생들이 하버드대에 입학하려면 미 대입시험인 SAT(1600점 만점)에서 흑인보다 평균 273점, 백인보다는 120점 더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하버드대가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정성평가에서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인 사회는 반기는 분위기다. 소수인종 대입 우대 정책이 사라지면 다른 인종보다 학업 성적이 좋은 아시아계 입학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도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9개 주는 주법으로 소수인종 우대 조치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선 소수인종 우대 조치를 시행 중인 주보다 인구 대비 아시아계 대입자 비율이 2%포인트 가까이 많다.
◇미국사회 다양성 감소 우려도
다만 이번 판결로 미국 사회 상층부의 다양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20년 기준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LA)캠퍼스·버클리캠퍼스의 흑인·히스패닉 입학자가 소수인종 우대정책 폐지된 1998년보다 40% 가까이 감소했다.
명문대 중 하나로 꼽히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경우 현재 학부 재학생 중 아시아계가 2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백인 26%, 히스패닉 22%, 유학생 등 비거주자 9%, 흑인 3% 순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판결로 명문 학교에서 백인과 아시아계 입학자가 늘어나고 흑인이나 히스패닉 비율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조치가 기업의 채용 등 인사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소수인종 대입 우대 조치와는 별도로 미국 정부는 평등고용기회위원회 등을 통해 인종이나 성별을 고려한 채용·승진 정책을 짤 것을 기업에 권고하고 있다. 미국 보수파 일각에선 이 같은 인사 정책이 역차별이라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일부 로펌에선 채용 등에서 인종·성별을 고려하는 걸 재고할 것을 기업에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