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③잠잠해진 한미FTA 재협상론..업계 "트럼프 불안 여전"

최훈길 기자I 2017.01.15 12:07:14

트럼프 당선 뒤 한미 FTA 재협상론 ''조용''
산업부 "트럼프 출범 뒤 통상 변화 없을 것"
수입규제, 6년새 10배 급증..보호무역 광풍
불안한 수출업계.."재협상 대책도 미리 세워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년은 매우 불확실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매우 위중한 한 해입니다.” 지난 13일 오전 7시30분. 통상 현안을 책임지는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에너지미래포럼 주최 조찬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100여명의 수출업계, 전문가들은 1시간 넘게 우 차관의 입을 주시했다. 이어 정부 대책을 묻는 질문을 쏟아냈다. 불확실한 통상 흐름에 대한 불안감이 강연장을 메운 분위기였다.

20일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수출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우려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한미 FTA는 일자리 킬러(killer)”라며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선캠프의 피터 나바로와 윌버 로스는 정책 보고서에서 “한미 FTA를 포함한 ‘실패한 협정’에 대해 대대적으로 재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만약 미국이 바라는 대로 재협상이 추진되면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우리 수출업계는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된다.

◇산업부 “트럼프, 한미FTA 재협상 얘기 없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대통령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현재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우 차관은 “현재까지 미국 쪽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존 통상정책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다고 해서 통상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통상당국의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가 재협상 가능성에 선을 긋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로는 트럼프 당선 이후 한미 FTA 관련 얘기가 잠잠하다. 현재는 트럼프 당선인이나 캠프 측에서 공식적으로 한미 FTA 관련해 거론조차 안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의 첫 번째 기자회견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한미 FTA 재협상’ 주장은 선거용 멘트”라는 풀이까지 나온다.

둘째로는 양국 이익과 관련돼 있다. 한미 FTA를 재협상할 경우 양국 모두 손해를 볼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무역협정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FTA는 미국에 48억달러(약 5조6000억원)의 수출 증가 효과를 가져왔다. 산업부에 따르면 미국의 서비스수지 흑자가 2011년 69억불에서 2015년 94억불로, 한국의 상품수지 흑자가 2011년 116억불에서 2015년 258억불로 늘었다.

그동안 우리쪽 상품수지 흑자가 더 많았지만 이 정도로 전면적인 재협상까지 가긴 무리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열린 한미 FTA 제4차 공동위원회에 참석한 양측 대표단은 “양국 간 경제협력의 기본 틀인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있다는데 인식을 공유했다”고 발표했다.

◇불안한 업계..수입규제, 6년새 10배↑

현재 적용 중인 수입규제 조치가 최초 시작된 연도별 분류, 2010년 4건에서 2016년 40건으로 6년새 10배나 급증했다.(작년 12월말까지 집계, 단위=건, 출처=한국무역협회)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 현황. 인도 다음으로 미국이 많다. (작년 12월말까지 집계, 단위=건, 출처=한국무역협회)
그럼에도 수출업계는 여전히 ‘트럼프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다. 재협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 한 보호무역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전 세계로부터 당한 수입규제(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는 184건(작년 12월말 기준)으로 전년 대비 9건 늘었다. 이중 인도가 32건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은 2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추가된 수입규제 조치는 2010년 한 해 동안 4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0건으로 6년 새 10배가 늘었다.

게다가 최근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추세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에서 생산한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의 가정용 세탁기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첫 기자회견에서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멕시코 공장을 준공한 기아차(000270)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했던 피터 나바로는 신설된 국가무역위원회(NTC) 의장을 맡았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미국이 일자리 감소와 해외 유출을 초래하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규제 예상 품목을 별도로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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