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가짜 논쟁’으로 사회적 파장을 몰고온 백수오(白首烏)와 그 ‘짝퉁’인 이엽우피소(異葉牛皮消)는 맨눈으론 식별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농업기술원은 RAPD(임의로 증폭된 다형성 DNA 분석) 등 전문 분석법을 활용해야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구분할 수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백수오, 이엽우피소, 박주가리 및 하수오의 형태적 형질 비교)는 ‘한국약용작물학회지’에 지난해 소개됐다.
연구팀은 또 “우리나라(대한약전(생약) 규격집)는 은조롱이란 식물의 뿌리만 백수오로 인정하고 있지만 중국의 중약대사전ㆍ중약지(中藥志)엔 은조롱(격산우피소) 외에 이엽우피소ㆍ대근우피소의 뿌리도 백수오에 포함시키고 있다”고 논문에서 지적했다.
은조롱은 한반도 자생 식물이다. 하지만 생산성이 낮아 농가가 재배를 꺼렸었다. 90년 초반 재배기간이 짧고(1∼2년) 생산성이 높은 이엽우피소가 중국에서 도입되면서 대부분의 농가에서 은조롱 대신 이엽우피소를 심었다. 이엽우피소는 중국이 원산지이며 ‘산동중약’(山東中藥)이란 중국 의약서에 처음 등장한다.
국내 시장에서 백수오는 하수오(何首烏) 또는 백하수오(白何首烏)란 명칭으로도 판매된다. 사상의학 창시자이자 조선의 철학자인 이제마는 저서인 ‘동의수세보원’에서 적(赤)하수오와 백(白)하수오를 분류했는데 이를테면 적하수오가 하수오, 백하수오가 백수오다.
그래서 학계에선 중국 명칭인 백수오 대신 국내 옛 서적에 근거가 있는 백하수오로 개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비자의 혼동을 막고 유전자원 주권을 지키기 위해 백수오 대신 백하수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것.
백수오와 하수오는 완전히 별개의 식물이다. 그 기원이 되는 식물의 종류는 물론 웰빙(유효) 성분이 다르다. 연구팀은 꽃의 색깔론 백수오ㆍ이엽우피소ㆍ하수오 등 세 식물의 구분이 가능하다고 했다. 꽃의 색이 백수오는 황록색, 이엽우피소는 황백색, 하수오는 흰색이다.
하지만 백수오 등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꽃색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생약으로 사용되는 뿌리의 모양으론 소비자가 구분하기 힘들다. 다행히 고구마 모양인 하수오만은 감별이 가능하다. 백수오는 대개 갱년기 증후군 완화에 사용되지만 하수오는 탈모나 흰머리 개선에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엔 하수오가 “정수를 채우고 털과 머리카락을 검게 하며 안색을 좋게 하고 늙지 않게 하며 명을 연장시킨다”고 쓰여 있다. 하수오란 명칭도 하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이 약초를 먹고 머리카락이 까마귀 머리처럼 까맣게 됐다는 중국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어찌(何), 머리(首), 까마귀(烏)’는 ‘어찌 모발이 까마귀처럼 검고 풍성한가’란 뜻이다.
연구팀은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는 뿌리 상태에선 소비자는 물론 전문가도 육안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엽우피소의 뿌리가 은조롱(백수오)의 뿌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고 굵은 편이지만 두 뿌리가 섞여 있으면 식별이 힘들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