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택을 다량 매입하며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며 싼값에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이머징 국가의 거부들은 불안한 정치 상황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피해 미국 부동산 시장을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고 자산을 묻어두고 있는 것.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외국인들은 미국의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총 825억달러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기간 미국 주택 시장 거래총액(9280억달러)의 8.9%에 해당하는 액수로 전년 대비로도 24% 늘어난 것이다.
미국 주택을 사들인 외국인의 55%는 캐나다와 중국, 멕시코, 인도, 영국 출신들이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미국 부동산 시장 침체와 약달러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고꾸라진 미국 집값의 회복이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 못한데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며 자국 통화 가치가 높아진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
외국인들이 주택을 매입한 곳은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주 등지에 몰려 있다. 신문은 주택 시장 침체가 가장 심한 플로리다주에는 외국 투자자가 몰리면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자국의 정치 불안과 살인적인 물가를 피해 재산 은닉처로 미 부동산 시장을 선호하는 러시아,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이머징 국가 거부들도 늘었다. 이들은 주로 뉴욕 맨해튼 등의 고급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
부동산 업체인 맥 컴퍼니의 에릭 워크맨은 "국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미 주택시장은 `세일중`"이라며 "내가 올해 취급한 물건의 20%가 이미 외국인에게 팔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