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 기업들의 불안감도 높아지면서 위기 때와 유사한 현금 확보전이 나타나고 있다. 신용등급 강등이 당장 미국 기업들의 등급 하향으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향후 차입비용 증가를 우려한 기업들의 현금 확보가 러시를 이룰 전망이라고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현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 `트리플A(AAA)` 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미국 기업들은 엑슨모빌과 존슨앤존슨(J&J), 마이크로소프트(MS),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 등 4곳이며 S&P는 이들 기업의 등급을 강등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S&P는 또 `AA+` 등급을 부여받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공구업체 WW 그레인저 등에 대한 등급 정책을 8일 중에 발표할 계획에 있다.
그러나 WSJ는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이 당장은 안정적이지만 기업들은 이번 국가신용 등급 하향을 미국 경제와 시장이 둔화가 오래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가시화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대비해 현금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트레저리스트래터직의 앤서니 카팡은 "이미 현금 확보를 위해 부채 발행을 늘리려는 물밑 움직임이 있어 왔다"며 "미국의 단기 디폴트는 수일간의 어려움을 의미하지만 신용등급 하향은 10년에 걸친 어려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주 신용등급 강등 소문이 돌자 미국 투자기업 등급 기업들의 금리 스프레드는 1.62%포인트나 급등하며 지난 12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주 등급 강등 이전에 코카콜라와 JP모간체이스, 하얏트호텔, 킨더모건에너지파트너스 등은 채권 발행에 나서 50억달러를 조달했고 이 같은 자금은 고용이나 지출에 활용되기보다 기업 금고에 고스란히 쌓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지난 1분기 기업들의 현금 규모는 1조9000억달러에 달했고 2분기에도 추가로 늘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스티븐 리어 JP모간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런 상황은 지난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아시아 국가들이 대규모 현금을 보유한 것이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기업들의 반응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