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대형 건설사들은 작년 말 인천 일대 재개발 시공권을 싹쓸이한데 이어 최근 서울·경기지역에서도 시공권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일반 분양 물량이 적고 안정적인 조합원 물량 확보가 가능한 재개발·재건축쪽으로 수주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잠잠했던 과열 수주전도 재연될 조짐이다.
◇ 대형건설사 재개발·재건축 수주 독식
최근 진행된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시공권은 시평 상위 10위권의 대형 건설사들이 싹쓸이 했다.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있어 두각을 나타내는 건설사는 현대건설(000720)이다. 작년 말 대림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천 부평 2구역(1214가구)을 따냈고, 인근 부평 4구역(1500가구)도 대우건설과 짝을 이뤄 사업을 수주했다.
올 들어서도 현대건설은 인천 숭의 5구역(550가구), 북아현 1-1구역(1004가구) 재개발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신길3구역(600가구)도 수주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현대건설은 올 들어 최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인 인천 청천 2구역(3349가구)의 시공사 선정에도 대표 건설사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대우·대림·동부·두산건설)로 참여해, 쌍용건설(012650) 컨소시엄(쌍용·SK·코오롱건설)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우건설(047040)도 선전하고 있다. 작년 인천 부평 4구역을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대우건설은 올 들어 구로 개봉 1구역 단독주택 재건축(911가구)과 신림3구역(418가구)을 수주했다.
대우건설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거여 제2 주택재개발사업(986가구), 상계 4구역(800가구) 사업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은 최근 두산건설(011160)과 경합 끝에 926가구 규모의 수색 4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냈다. 롯데건설은 이에 앞서 파주 새말지역 재개발(1800가구)과 인천 숭의 3구역 재개발(628가구)등을 수주했다.
이밖에 현대산업(012630)개발은 미아 9-1구역 재개발(896가구), SK건설은 수색9구역 재개발(668가구) 등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또 수색7구역 재개발에는 GS건설(006360), 코오롱건설(003070), 현대산업개발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남서울 한양 재건축, 홍은 1구역 도심재개발, 석관 1구역 재건축, 인덕마을재건축, 수택 1구역 재건축 등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 대형건설사 수주경쟁 과열 양상
올 들어 시공사를 선정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은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차지했다. 입찰을 앞두고 있는 사업장도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시공권을 독식하고 있는데는 대부분의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시공능력순위 20위권 이내 건설사를 대상으로 지명 경쟁 입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대형 사업장의 경우 10위권 이내로 제한하는 일도 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조합들 대부분이 재무적으로 탄탄한 대형 건설사를 선호하고 있다"라며 "이주비 대출 등에 있어 신용등급이 높은 대형 건설사들이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미분양 리스크가 높은 개발·자체사업보다 조합원 분양분이라는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에선 금융조건을 파격적으로 제안하는 등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서울 서북부 모 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잔금 납부 때 동시에 내도록 했고, 일부 건설사는 이주비를 5000만원까지 추가 지원하는 파격제안까지 내놓았다.
인천 모 사업장의 경우 당초 시공사로 내정됐던 A사 대신 파격적인 금융조건을 제시한 B사가 최종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A사가 조합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벌이기까지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 피해는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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