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국 조선업체 임원을 스카웃해 기술유출을 시도했던 수법에서 이제는 해외업체 소속 자국인을 동원해 직접 기술유출을 시도하는 등 수법이 점차 대담해지고 있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지난 9일 국내 굴지의 S중공업 조선소에 파견 근무 중이던 미국 선급회사의 중국인 선급검사관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중국인 검사관은 지난해 9월 국내 조선업체인 S중공업에 파견돼 근무하면서 드릴십 설계도면, LNG 운반선 등 각종 기술자료 1500여개 파일을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에 내려받아 중국으로 유출하려 했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국인 검사관은 명목상으로는 미국 선급협회 소속이지만 사실은 S중공업에 선박건조를 맡긴 중국의 해운업체의 요청으로 S중공업에 파견 나와있었다. 따라서 이번 기술유출 사건은 결국 중국 해운업체가 그 배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중국인은 각종 선박을 국제규격에 맞게 만드는지 검사하는 직책을 이용, 인증없이 설계 도면 등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며 이를 자신의 노트북 등에 저장해 중국으로 유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해원유시추선 기술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발주량의 90% 이상을 수주할 정도로 고급 기술이다. 특히 정부가 선정한 조선분야 7대 국가핵심기술 중 하나로, 만일 해외로 유출됐다면 그 피해액은 무려 32조원에 달할 것으로 검찰은 추산하고 있다.
중국의 국내 조선기술 유출 시도는 이미 지난 2007년에도 있었다.
당시 검찰은 액화천연가스(LNG)선 및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선박 69척의 완성도와 선박의 건조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망라한 파일 36만5000여개를 유출한 혐의로 국내 D조선업체의 전직 팀장을 구속기소한 바 있다.
그는 국내 D조선업체의 기술기획팀장으로 근무하다 퇴사하면서 미리 준비한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관련자료를 저장, 중국업체로 관련 기술을 빼돌리려 했다. 당시의 검찰 추산 예상 피해액은 총 35조원에 달했다.
이처럼 중국이 한국의 조선 기술을 빼내려는 이유는 한국 조선업체들의 선박건조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근 조선경기 호황으로 세계 10대 조선회사 중 7개가 한국 업체일 만큼 한국의 조선 기술은 독보적이다.
실제로 조선·해운 전문 조사기관인 영국의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한국 조선업체들의 전세계 수주잔량(CGT기준)은 한국업체들이 총 37.2%를 차지,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30.9%로 한국의 뒤를 쫓고 있지만 수주한 전체 선박의 69%가 벌크선, 16%가 탱커, 13%가 컨테이너선일 정도로 한국과 같이 고부가가치 선박은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한국의 조선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해 정책적으로 조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저가 선박 위주의 기술만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입장에선 한국업체의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기술이 탐났을터.
최근에는 급기야 "선박 몇 척을 발주할테니 대신 도면이나 기술이전을 해달라"는 식의 '황당한' 제안까지 할 정도로 중국업체들의 고급 기술에 대한 갈증은 큰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을 추격하기 위해 벌이는 물밑 작업은 생각한 것 보다 매우 광범위하고 조직적"이라며 "각 조선업체는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유출 방지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