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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주도주 없이 표류하는 미 증시

전미영 기자I 2002.07.05 12:23:49
[edaily 전미영기자] 미국 증시가 침체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을 이끄는 주도주의 부재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건강관련주, 방위산업주 등이 미 증시를 이끌 차기 주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90년대 기술주와 같은 강한 성장 견인력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5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의 강세장을 이끌었던 JDS유니페이즈의 경우를 보면 시장 주도주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한때 시가총액이 500억달러를 상회했던 JDS는 이 기간 2만9000% 폭등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지금 이 회사 주가는 2000년 3월 고점대비 98% 하락해 시가총액이 30억달러로 쪼그라든 상태다. 그밖에 델컴퓨터 시스코시스템즈 퀘스트커뮤니케이션즈 등 90년대 후반 미 증시의 급상승을 이끌었던 "큰 별" 들 역시 빛을 잃고 있으나 아직 이들을 대체할 주도주의 윤곽은 뚜렷하게 잡히지 않고 있다. 시장이 리더 없이 표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향후 10년간 미 증시를 이끌 "기대주"로 꼽고 있는 건 △정부지출의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받는 방위산업주 △저금리를 기반으로 한 주택시장 활성화에 따른 주택관련주 △노령화사회에서의 수요확대가 예상되는 건강관련주다.

2000년 3월 미 증시가 침체에 빠진 이후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가운데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이 제약설비업체인 아메리소스베르겐이라는 사실이 건강관련주의 부상을 증명하고 있다. 이 기간 395% 상승한 아메리소스베르겐 이외에도 병원운영업체 테넷헬스케어가 228%, 미 1위 건강보헙업체 유나이티드헬스그룹 219% 뛰었다.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은 299% 급등하면서 S&P500 종목 가운데 주가 상승률 2위를 차지했고 주택관련주 중에선 건설업체 풀트홈이 20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차기 기대주들 가운데 어느 것도 90년대 기술주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상승 잠재력을 갖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테인로에 그로스스톡펀드의 한 펀드 매니저는 "90년대 기술주에 대한 것과 같은 열광상태가 재연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의 한자릿 수 수익률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웰스캐피탈매니지먼트에서 100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스티브 켄싱거는 자신이 운용하고 있는 41개 주식으로 구성된 펀드에서 기술주는 단 세 개 뿐이고 텔레콤주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수년 전 만해도 기술주 비중이 40%에 달했던 포트폴리오 내용을 이 같이 변경한 것에 대해 켄싱거는 "기술 혁명은 모든 책상 위에 PC를 올려 놓고 이들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주가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연 30~40%의 폭발적 상승장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이들이 아직도 있으나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조만간 기술주가 아닌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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