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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좋아졌다는데"…경기 체감 못하면 지갑 안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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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26.04.03 05:00:04

한국은행 ''체감·실물경기 괴리'' 영향 분석
역대 최대 수출 실적에도
코로나 이후 체감 경기 부진
민간소비 위축…되레 성장 악화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경제가 좋아졌다는데 나는 왜 더 힘든 것 같지?”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민간소비도 회복세다. 중동 상황으로 조정받곤 있지만 코스피지수도 여전히 5000선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자영업자가 폐업을 고민하고, 직장인은 허리띠를 졸라맨다. 숫자로 나타난 경기는 호조인데 여전히 어렵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며 체감경기와 실물 경기 간 괴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계간 학술지 ‘경제분석’에 실린 ‘체감경기와 실물경기 간 괴리 측정 및 분석’에 따르면 체감 경기와 실물 경기 간의 차이가 단순한 심리적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최근 국내외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체감경기와 실물경기 간의 간극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후 더욱 비관적인 방향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등의 실물 지표 영향을 통제하고 순수한 심리적 요인만을 추출해 ‘체감-실물 괴리 지표’를 산출한 결과, 펜데믹 이후 이 지표의 평균은 음(-)의 방향으로 크게 전환됐다. 이는 국민이 실제 경제 상황보다 경기를 훨씬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선진국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2~2023년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분위기(vibe)와 침체(recession)를 합친 것으로 경제 지표는 괜찮지만,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자심리는 침체된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문제는 체감 경기 부진이 실제 실물 경제를 위축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 실물 경기에 비해 체감 경기가 낮은 음의 괴리가 클수록 3~6개월 후 민간소비 성장률이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현재 경기를 실제보다 나쁘게 느낀다면 이는 3~6개월 뒤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논문을 작성한 손윤석 한은 과장은 체감경기를 실제보다 나쁘게 느끼게 되는 배경으로 △높은 체감물가 △고용 없는 성장 △가계신용(빚) 위험 △경제정책 불확실성 등을 꼽았다.

소비자물가에 비해 높은 생활물가, 반도체 중심 성장에 따른 미진한 고용 창출 효과, 높은 가계 부채비율과 대출 금리 등 최근 우리 경제 상황과도 상당히 유사한 조건이다. 체감 경기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나 기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손 과장은 “조건만 놓고 봤을 때는 체감·실물 경기 간 괴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은 맞다”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 지표 관리뿐 아니라 물가와 가계부채 등에 있어서 취약 부문을 지원하고 가계의 심리적 저지선을 지키기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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